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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Sep 22. 2020

더는 병든 월요일이 되지 않도록

[오늘한편] 월요일

이 글은 일요일이 끝난 월요일 새벽 1시 1분에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바톤을 이어받아 화요일 새벽 1시에 마무리하려니 묘한 느낌이 듭니다. 이미 '주말에 쓴 글'이 아니게 되었지만, 그래도 못다보낸 주말에 대한 아쉬움으로, 벌써 저만치 멀어져버린 일요일의 끄트머리를 붙잡아보려고 합니다.


펜으로 쓴 글을 키보드로 옮겨쓰자니, 그때의 기분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적막이 찾아든 새벽, 한쪽에 켜둔 형광등 불빛은 채 어둠을 다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앉아 펜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자꾸만 딴짓을 하게 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뭐가 아쉬워서 그러는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핸드폰을 들여다보다든지, 재생해둔 영상에 가끔 시선을 준다든지. 도대체 글을 쓴다는 사람이 창작의 순간에 변변찮게 집중 하나 제대로 못하느냐고 의아해하실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예전부터 그랬다는 건 허울 좋은 변명에 가깝고. 뭐라도 하나 더 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 강박적인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가 끝나고, 또 한 주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순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뭐라도 더 해야지, 충실하게 채워넣어야지, 조바심도 들고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고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할 것만 같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가 복잡하니 잠깐 이것도 했다가 다시 저것도 했다가를 반복하고, 무엇에도 온전히 몰두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오전 내내 나를 괴롭힌 고민들이나, 불쑥 튀어나오는 내일에 대한 걱정이 미처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월요병이라는 게 떠오르더군요. 주말은 언제나 짧고 아쉬우며, 평일은 힘들거나 막막한 일들 뿐이니 월요일이 싫어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싫은 일이 계속 싫기만 해서도 곤란합니다.  그 싫음과 그로 인한 힘듦이 고작해야 나의 인식에 달려있다면 나를 바꿔야하는 거겠죠.


이미 지나간 걸 후회하지 말고, 다가올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자고 매번 다짐하지만 참 쉽지 않습니다. 돌고 돌아서 결국은 세상만사 모든 게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맥빠지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러나 정말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인터넷의 한 귀퉁이에 쓰나만하나 글을 남긴 게 아닌가 싶어 민망하다가도, 구태여 부득부득 또 한 편의 글을 남깁니다. 그것이 오늘을 충실히 사는 일이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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