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의 맛] 10. 365일이 3650일이 되기까지
1년 전 이맘때인 2019년 9월 23일, 저는 크로스핏을 시작했습니다. 벌써 세 번째 도전이었지요. 이전에도 한 번씩 시도하긴 했지만 오래 지속하지 못해 그만두었습니다.
크로스핏이 워낙 힘든 운동이기도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운동을 한다는 자체가 내심 부담스러웠습니다. 딱히 재미도 없고, 의무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을 때, 한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어떻게든 운동을 하러 나가기. 갈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시간이 되면 망설임 없이 신발을 신었습니다.
하루하루 어떻게든 운동을 하러 나가는데 집중했죠. 그때만 하더라도 1년이나 지속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쩌다 보니 벌써 1년을 채웠더군요.
운동을 한 날짜는 아직도 240일 남짓입니다. 일요일에는 쉬고, 어쩌다 한 번씩 쉬거나, 크로스핏 체육관이 쉬는 날 같이 쉬고, 그렇게 혹 가다 쉬는 날들이 쌓이다 보면 무시할 게 못됩니다.
그런 걸 감안해서 계산해보면 실질적으로 운동하는 건 한 달 30일 기준으로 24일 남짓입니다. 12달 꼬박 운동을 해도, 288일이군요. 제가 240일 운동을 했으니, 44일이 빈다는 소리인데. 제가 기억 못 할 모종의 사정이 있었던 거겠죠.
여하간 달력을 기준으로 1년을 채웠으니, 내심 만족하고 있습니다. 1달도 못 갈 것 같던 게, 운동을 한 날짜로 따져서 100일을 채우고, 마침내는 달수로 1년을 채웠으니.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운동을 하며 구체적으로 무엇이 변했는지는 지난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다루는 건 따로 글을 쓰는 이유가 없는 듯하여 여기서는 부득이 다음의 두 문장으로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고 세 가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눈에 띄게 몸이 좋아졌고 체력도 부쩍 늘어난 데다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졌습니다. 보다 자세한 변화에 대해 읽어보시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군요!
감개가 무량하다는 말을 종종 쓰는데, 지금이야말로 이 말을 쓰기에 적당한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운동을 해나갈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기보다 오히려 두근두근합니다. 예전이라면 절대 이런 기분을 알지 못했겠죠.
비로소 운동에 눈을 떴다고 하는 게 좋을는지. 머리로만 사는 게 아닌, 몸으로 사는 감각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고서 지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사람이 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설령 그 변화의 폭이 아주 미미할지라도 말이죠.
운동을 1년이나 넘게 지속한 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이만한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크로스핏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몸으로 산다'는 말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에 관한 글을 자주 쓰고는 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죠.
아닌 게 아니라, 몸을 쓰면 골치 아픈 일들이 아주 멀리 사라져 버립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나의 한계까지 정신력을 쥐어짜야만 하니까요. 내 몸의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머리를 어지럽게 하던 문제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모든 고행을 끝마치고 났을 때의 쾌감과, 조금이라도 더 나아져있는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일. 운동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장점 중에서도, 이 두 가지는 제가 운동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는 이유 중 목표도 빼놓을 수 없지요. 언젠가는 꼭 플란체를 해보고 싶은데요. 단순히 어려운 자세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지만, 내 육체를 자유자재로 다루어야만 가능하다는 게 무엇보다도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가까운 미래에 가능하게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한 가지 목표가 더 생겼습니다. 장기 목표라기보다는 단기 목표인데요. 바로 20대가 가기 전에 바디 프로필을 찍는 겁니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에 드디어 구체적인 일정을 잡게 되었습니다. 20대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이 시점에, 바디 프로필로 마무리를 할 듯싶습니다.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운동을 계속해야 할 이유로 바디 프로필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조금은 매너리즘에 빠졌을지 모를 순간에, 자극이 되어주기에는 딱인 것 같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할 이유가 이렇게 또 하나 늘었군요.
조용히 마음 속에 담아두어도 좋을 말을, 구태여 글이라는 형태로 바깥에 드러내보이는 건 자신을 점검할 겸 앞으로도 계속해나가기 위해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에 덧붙여 혹시라도 제 글을 다른 분들이 운동을 하는 데에 동기부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구요.
그럼 다음 글에서는 바디 프로필 후기가 되었든, 제가 효과를 본 운동이 되었든, 좀 더 '운동할 맛'이 나는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