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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Dec 31. 2020

ZOOM-트레이닝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운동법(2)

[크로스핏의 맛] 12. 화상 강의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 중

지난 9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운동법>이라는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번 유행을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다시 득세하는 일 없이, 종식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너무 이른 탓이었는지 전례 없는 대유행이 찾아오며, 근 1주일 동안에는 일 평균 천 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가 계속되자, 모두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던 탓일까요. 아니, 탓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가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내던 게 도대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참 오랜 시간을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긴 기다림 끝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기어코 터질 게 터졌다는 인상도 받게 됩니다.


결국 사태가 이렇게 되어버리고 나니, 운동을 가는 건 다시금 요원한 일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심각한 와중에 운동 운운하는 건 지나치게 팔자 좋은 소리가 아닌가 싶지만,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일상의 한 부분이 제한된다는 점에서는 이 또한 코로나 시대의 비극 중 하나가 아니고서야 도대체 무엇이겠습니까.


그래도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거리두기 격상을 예감하고 있던 12월 초, 코치님께서 혹시나 원격으로 강의를 한다면 할 의향이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홈트레이닝이 힘들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터라, 화상으로라도 코치님이 운동을 봐주신다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었죠.


그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며, ZOOM을 이용한 원격 화상 강의도 현실이 되었습니다. 코치님이 생성한 링크를 따라서, 저를 포함해 여러 회원 분들이 각자 집에서 카메라 앞에 모여 다 같이 운동을 하는 모습이라니.


이거야말로 코로나 시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상통화를 이용해서 운동을 한다니 기술 발전이 참 대단하기도 하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코치님께 감사하기도 하고, 작년 이맘때라면 상상도 못 했을 초현실적인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이었지요. 


삶의 방식으로서의 운동

이렇게까지 운동을 해야 하나 의구심이 드는 분들도 있겠지만, 운동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일부이자 방식이라고 한다면 조금 이해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더없이 소중할 수 있는 거니까요.


세 끼 밥 잘 먹고, 잘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합니다. 운동 하루 안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라지만, 가만히 누워있다가도 몸이 근질근질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또 홈트를 하자니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헬스장이든 크로스핏 박스든 운동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죠.


그러니 이렇게 화상으로나마 다 같이 모여서 운동하는 기분을 내는 것도 몹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람에게 있어 환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게 되죠. 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던 집이라는 공간도 화상통화에 참여하는 순간부터는 '운동'하는 곳으로 바뀌니까 말입니다.


차선이자 최선

물론 홈트레이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가정집에 스쿼트랙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고, 하물며 원룸이라면 운동 기구를 들여놓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캐틀벨이나 덤벨 정도에서 만족하거나, 문틀에 설치하는 철봉 아니면 실내에서 활용가능한 운동 기구로 만족해야합니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그렇게까지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물건들이 운동하기 열악한 환경 속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 제대로 된 근력운동에 목마른 분들이라면 이정도로는 만족스럽지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이것이 최선이기에 차선이었던 것으로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이러고 보니 '기분을 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닫습니다. 운동을 하는 기분, 운동을 하기 위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서 헬스장에 발을 들이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그자체로 운동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을. 그래서 매일 같이 화상으로나마 운동에 참여해봅니다.


끝으로

2021년 1월 24일까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유지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당장 운동을 못한다는 것도 몹시 아쉬운 일이지만, 힘든 시기가 새해에도 이어진다는 게 무엇보다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이 순간에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사태가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0년 한 해도 정말 고생 많으셨고, 남은 하루 잘 마무리하시기를 바랍니다. 2021년에는 좀 더 좋은 일 가득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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