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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31. 2022

재시작, 그 어려움에 대하여

2022년 3월 30일 수요일(623일째, D+920)

1.

나는 크로스핏을 2016년에 처음 시작했다. 그러나 중도에 2번 포기했고, 2019년의 3번째 도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목에 항상 쓰고 있는 날짜는 얼마나 오래되었는가를 기록하기 위해서인데, 순수하게 운동을 한 날짜만 꼽았을 때는 623일이고, 시작한 이후로는 920일이 지났다. 2년을 넘긴 것이 내 스스로도 대견한데, 그 비결은 절대 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일요일만 제외하고 총 6일간, 정말이지 부득이한 일이 없을 경우에는 무조건 운동을 했다. 명절이나 연휴가 길어질 때, 내가 차마 갈 수 없는 일이 있거나, 박스가 운영하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박스로 갔으니 말을 다 한 셈이다. 그런데도 623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한데, 여하튼 쉰다고 해도 하루나 이틀이 대부분이었고, 최장 3일은 넘기지 않았다.


그러다 정말이지 부득이하게 일주일이라는 강제 휴가가 주어졌다. 바로 그 놈의 코로나. 그렇게 일주일 동안 집에서 정말 꼼짝 않고 쉬었다. 운동을 할 체력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러다 마침내 오늘 박스에 복귀했는데 진짜 왜 이리 힘들었는지. 모처럼의 운동 복귀라 2타임 모두 하긴 했는데, 하고 있는 내내 어찌나 힘들던지. 처음 크로스핏을 하던 때가 떠오르는 정도였다.


2.

오늘의 첫 번째 와드는 다음과 같다.

EMOM X 20 : 20R

MIN 1 : 3 Burpee + 2 Turkish Get up 16kg

MIN 2 : 3 Burpee + 5 Deck Sqaut with KB

MIN 3 : 3 Burpee + 10 Single KB Snatch (L=1, R=1)

MIN 4 : 3 Burpee + 15 Goblet Squat with KB

MIN 5 : 3 Burpee + 20 Alt V-up


매분마다 버피를 하고, 각각의 동작을 수행하는 와드다. 5개의 와드를 한 묶음으로 1라운드로 쳐서, 총 4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버피 자체도 그리 많지 않고 동작이 어렵긴 해도 개수가 적거나 혹은 개수가 많아도 동작이 어렵진 않아서 이전 같았으면 워밍업으로 적당했겠지만 일주일만에 복귀한 사람에게는 다소 힘에 부치는 강도였다.


터키시 겟 업 같은 경우에는 평소엔 잘 하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그리 무겁지 않은 무게였지만 동작이 조금 어색했고, 싱글 캐틀벨 스내치 같은 경우는 자연스럽게 전환이 안 되다보니 캐틀벨로 손목을 타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머지 동작들은 그럭저럭 할만 했는데, 의외로 마지막 V-up이 복병이었다. 복근은 역시나 어렵다.


그래도 개수가 아주 많지는 않아서 마음을 다 잡고 완주했다. 그러나 끝내고 나니 왜 이렇게 힘이 부치는지 다음 와드를 할까말까 굉장히 고민하다가 결국 하긴 했는데 그게 또 참 사연이 나름 길다. 오늘의 두 번째 와드는 다음과 같다.


"Blake"


5R for time of : 41:18


30m Overhead Walking Lunge 45lbs

30 Box jump 24"

20 WBS 20lbs

10 HSPU






처음 들어보지만 그래도 이름이 있는 와드라서, 빨리 끝내보고 싶었으나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거 40분 넘게 걸리겠다는 예감이 바로 들었다. 자꾸만 변명처럼 이야기하게 되지만 - 실제로 변명의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 일주일만에 하기에는 다소 강도가 강하지 않은가 싶었으나 언제고 변명하고 있을 생각할 순 없으니 Rxd로 수행했다.


오버헤드 워킹 런지 같은 경우에는 아주 어렵지 않았는데 오히려 박스 점프가 몹시 힘들었다. 개수도 30개나 되지만 특히나 박스 점프가 고반복일 경우에 호흡을 일정하게 가져가기 힘들어서 더 애를 먹었다. 코로나로 인해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게 타격이 가장 컸다. 월 볼 샷이야 어떻게든 20개를 한 번에 끝내려고 했고 핸드 스탠드 푸시업 자체도 개수가 적어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1라운드는 5분 정도 페이스로 했던 것 같은데, 2라운드부터 시간이 엄청 늘어져서 12분 쯤 끝내고 3라운드는 거의 20분, 4라운드는 30분 초중반, 마지막 5라운드를 마무리한 게 41분이었다. 개수를 잘못 센거 아닌가 싶은데 중간에 퍼져 있는시간이 길었으니 틀렸을 리는 없을 것 같다. 일주일 쉬었다고 몸뚱이가 이렇게 망가졌을 줄이야.


3.

정말 재시작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달았다. 그러니 크로스핏 한참 하다가도 오래 쉬신 분들이 못돌아오는 게 아닐지. 자신이 생각하던 옛 실력이 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그리고 와드는 또 얼마나 괴로운가. 이걸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해야되나 싶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던 건 어떻게든 이 순간을 이겨내야 계속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부득이하게 운동을 쉬게 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하루나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 어쩌면 한달. 혹은 그보다도 더 오래.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운동이라는 걸 언제든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한다. 결국 운동을 잠깐하고 말 게 아니라 평생동안 할 거라면 더더욱 말이다.


여하튼, 오늘 나는 다시 한 번 크로스핏을 시작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주일. 원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언젠가 그것도 글을 통해 다루려고 하는데 다시 한 번 크로스핏을 시작한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열심히 해보자.


4.

오늘의 결론.

1.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2. 나쁜 일에서도 배울 것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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