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요
얼마 전 유퀴즈에선 배우 김혜자님의 인터뷰를 다뤘다.
커리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우리나라 배우로서,
인생의 영고성쇠를 겪은 인생 선배로서,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는 고찰을 하는 인간으로서
내게 그는 존경심이 들게 하는 몇 안되는 인격체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는
사랑받는 여성이라는 카테고리 하나가 더해졌다.
남편을 추억하며 추호의 의심도 없이
"좋은 사람"이라 칭송하고 추앙했기 때문이다.
칭송과 추앙... 이렇게 글로나 쓰이지
우리의 일상에서 뱉기 힘든 두 단어일진데,
이 둘에다 고결함마저 한 스푼 얹어 그를 추억했다.
그런 사랑을 받은 김혜자 배우가 부러웠다가
그런 사랑을 줄 줄 아는 그의 남편이 부러웠다.
연인의 마음을 사랑에 잇따르는 구름같은 감정들로 채우는 건
공교육에서도 사교육에서도 배울 수 없는 능력이기 때문에.
남편을 "좋은 사람"이라고 단언하면서 그 뒤에
"나한테는요."라고 덧붙인 것도 멋졌다.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 내게는 추악한 사람일 수 있다.
반대로 내게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겐
생을 걸어 박살내고 싶은 존재일 수도 있으니까.
그 짧은 순간에 "나한테"라고 굳이 짚는 것을 일례로
김혜자 배우처럼 현명한 자들의 대화는
여지는 적고 사고거리는 많다.
여지가 적으니 이견을 세우기 어렵고,
사고거리가 많으니 오래도록 그의 말을 곱씹고
생각하다 결국은 나를 투영하게 된다.
나같은 사람은 이런 사람의 말 한마디로 성장한다.
그의 인터뷰를 보는 내내 아름답다는 감정이 들었다.
실질적인 눈앞의 대상없이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지난 삶 한 켠을 상상해서,
내가 걸어볼 삶 한 조각을 고대해서 그런 것 같다.
이런 류의 긍정적 착각은 참 달콤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