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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Oct 30. 2017

한번도 보지 못한 바다

드디어 찾아낸 희망

 집을 떠나온 날이 얼마나 되었을까.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나는 점점 지쳐갔다. 사람들이 모인 로데오 거리를 지나는 길. 어느 카페의 열린 문틈 사이로 시원한 공기가 새어 나오고 있다.     


 잠시 더위를 피하려고 커다란 카페 유리문에 다가갔다. 유리문 안에서 주인 품에 안긴 채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우아하고 도도한 자태. 그 모습에 나도 내 몸을 열심히 핥아 보았다. 하지만 저 고양이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유리문 안에서 고양이는 나를 보고 뭐라고 입을 움직이며 내게 말을 해오는 듯했다.      


 더 유심이 입모양을 보니, 내게 '바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어이없는 상황이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더니, 고양이는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나를 내다보았다. 더러운 내 꼴이 우스워 보이는 듯했다.          


 "미미야, 여기 좀 봐봐."          


  그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고양이를 테이블 위에 앉힌 뒤 연신 쓰다듬었다. 함께 사진을 찍고 간식거리로 고양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는 모습. 도도한 자태를 뽐내던 고양이는 나른하게 하품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잠자는 자세를 취한다.     


 유리문 안을 더 둘러보니, 다양한 동물들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카페인 듯했다.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여유로웠고, 천진난만하게 서로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길에서 태어난 나는 이렇게 길에서 헤매고 있다. 아니 많은 길냥이들이 오늘도 길에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고 있었다. 저들과 길고양이는 태생이 다르다 이건가. 아마 저 동물들, 그리고 그 새끼까지도 역시 굶어 죽거나 살 곳을 걱정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 같다. 어쩐지 힘이 빠진 나는 그곳을 벗어난다.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다.’           


 내리쬐는 뙤약볕을 견디지 못하고, 어느 상가 앞 그늘에 나는 한참을 탈진상태로 누워있었다. 그때 저 멀리 보이는 한 상가 앞에 주차된 파란 트럭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쏟아진 물든 하수구에 끊임없이 버려지고 있다.          


 ‘물이다!’           


 달려가 목을 축이려 흐르는 물에 혀를 댄 순간. 물의 엄청난 짠 내가 느껴졌다. ‘윽 이런 맛은 처음이다.’ 목이 말랐던 나는 벌컥 물을 들이켜지만 마실수록 어쩐지 더욱 심한 갈등이 지속되었다.      


 하는 수 없이 물러나 트럭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사람들 손에 뜰채가 들려있었다. 그들은 트럭에서 생선들을 꺼내어 수조로 계속해서 날랐다. 그렇게 커다란 수조 속으로 옮겨진 물고기들은 유유히 물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시끌시끌한 가게 쪽으로 더 다가가 보니. 소라껍데기와 다양한 생선 그림이 여기저기 붙어있기도 했다. 낮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싱싱한 생선회를 즐기는 모습에 절로 군침이 삼켜졌다.     


 순간, 처음 보는 고양이 무리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처음 보는 나를 경계했지만 나의 눈을 보더니 이내 긴장을 푸는 모습이다. 그들도 나와 같은 길냥이로 모두들 태어나고 자란 곳은 다르지만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굶주린 내게 인심 좋게 이것저것 먹을 것을 주었다. 허기를 달래자 정신이 조금 드는 것도 같았다. 멍하게 가게 안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그들이 물어왔다.          


 “너는 처음 보는 놈인데, 여기서 뭘 하는 거냐?”     


  “나는 바다를 찾으러 가고 있어.”     


  “바다라고?”     


  “이 생선들은 어디서 온 거야?”      


  “생선들이 어디서 왔겠냐. 바다에서 왔겠지.”           


 뭐 이런 이상한 놈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눈빛을 주고받던 고양이들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너도 우리처럼 말 못 할 사연이 있는 놈이구나."          


 “아마 길을 가다 보면 이런 물고기가 그려진 파란 트럭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거야. 이 트럭을 따라 가봐.”     


 “맞다! 이 트럭이 바다에서 왔다고 했지?”     


 “그래, 혹시 알아? 네가 원하는 그 바다에 데려다 줄지.”          


 한동안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유유히 수조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바다를 본 적이 있다는 고양이들은 내가 가

고 싶어 하는 그 바다라는 곳은 이 좁은 수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한다.     


 수많은 트럭들이 그 풍요로운 바다로부터 생선과 먹거리를 싣고 이 곳 도심의 사람들에게 전달해준다고 한다. 고양이들은 나에게 바다에서 온 트럭과 일반 차들을 구분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드디어 희망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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