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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름 엄청 덥지?

by 케이

작년을 포함해서, 도쿄에서 두 번의 여름을 지내봤다. 6~8월을 연속 있어본 것은 두 번째였다.


한국 친구들이 일본에 놀러 온다고 할 때, 나는 6월~8월은 오지 말라고 말린다. 이왕 놀러 올 때 날씨가 좋을 때 오는 것이 좋으니, 4~5월이나 10~12월에 오라고 한다. 물론, 여름에 여행 오는 사람도 많고 나도 여름에 여행 온 적 있지만, 말리는 이유는 땡볕과 습도 때문에 여행이 힘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여름에 와야 되는 분들이 계실 테니 내가 느낀 도쿄 여름은 어땠는지, 여름을 잘 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아이템과 정보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는 도쿄 기준이다. 교토는 분지 지형 때문에 더 덥다는 이야기도 있고 나도 체감상 오키나와가 훨씬 더 습하고 더웠기 때문에 참고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6월부터는 장마가 시작된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체감상 일본의 장마 시즌은 바람이 더 강하다. 나는 속으로 '듣기로는 9월부터 태풍 이랬는데, 6월부터 왜 이렇게 바람이 세지?'라는 생각도 종종 했다. 이러다가 뭐가 날아와서 부딪히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베란다에 뭐가 날아오면 어떡하지, 창이 부서지면 어떡하지... 처음에는 별 걱정을 했었다. 그래서 관리 회사에 우연한 기회로 여쭈어봤는데, 높은 층이라 괜찮을 거고 창이 나있는 방향이 주택가 쪽이라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답변을 듣고 안심하기는 했지만, 바람이 강한 날에 강한 빗줄기가 내릴 때는 겁을 먹기도 했다. 참고로 6월은 장마시즌이다 보니, 7월과 8월보다는 다행히 시원하다. 습도는 있지만, 적어도 온도가 높지는 않다. 반대로 7, 8월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덥고 습하다.


7, 8월은 땡볕 그 자체다.

나는 외출할 때마다 큰 다짐을 하고 나가야 했다. 햇빛 때문에 따갑다는 생각도 일본에 와서 처음 해봤다. 여기서는 선크림은 물론이고, 다양한 더위 대비 아이템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 양산은 필수인데, 일본은 상대적으로 양산 문화가 활발(?)하다. 여자들은 물론이고, 남녀노소 양산을 들고 다니는 추세다. 예전에 뉴스에서 남자들은 조금 쓰기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요즘에는 그 수가 늘어났다는 뉴스를 봤다. 확실히 양산은 그 효과가 좋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늘 물과 함께 휴대용 선풍기도 들고 다녀야 한다.


시부야의 loft라는, 한국으로 치면 교보문고의 핫트랙스처럼, 다양한 잡화를 파는 곳에 가면 양산을 살 수 있다. (여기 외에도 살 곳은 많지만, 내 경험상 종류가 많고 접근하기 좋다) 매우 가벼운 양산부터, 무겁지만 튼튼한 양산, 다양한 색과 패턴 그리고 손잡이 형태들. 양산 코너가 1층에 아주 크게 있다. 그래서 나도 양산 쇼핑을 엄청 오래 했다. 휴대용 선풍기도 loft에서 살 수 있다. 주의할 점이 있는데, 여름이 되고서 사려고 하면 원하는 인기 물건이 품절인 경우도 있으니 미리미리 사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수입되어 유명한 제품이지만, 땀을 보송하게 닦아주는 제품들도 도쿄 드럭 스토어에서 살 수 있다. 또, 목에 붙일 수 있는 차가운 팩도 있다.


더운 날씨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작년 7, 8월에는 외출을 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한다고 해도 해가 지고 저녁에 나가기를 좋아했고, 웬만하면 집에 있었다. 그래서 에어컨 비용이 너무 높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 달에 10만 원(1만 엔)까지는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작은 집 기준). 사실 매일, 잠 잘 때도 무조건 틀어놔야 될 정도로 덥기 때문에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겁먹었었다.


그럼 여름에는 도쿄 가지 마요?

나는 열도 많고, 더위도 잘 먹어서 웬만하면 여름 도쿄는 추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좋은 점 몇 가지는 있다. 일본은 여름에 축제가 많다. 축제는 보통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돼서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상태에서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불꽃놀이도 도쿄 근교 곳곳에서 자주 열린다. 빙수(카키고오리) 가게들도 많고, 여름 간식들도 다양하다. 그리고 도쿄 근교에 있는 가마쿠라라는 마을에 가면, 수국 시즌이어서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다. 또, 파릇파릇하고 푸른 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전경을 직접 보고 싶거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분들은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도쿄가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 일본 지인의 말로 글을 마무리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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