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은 얼마나 성공적이십니까?
블라인드 펀드(영어로는 Discretionary Fund라 한다)라 불리는, 운용사에 투자를 맡기는 펀드 출자는, 프로젝트와는 분석해야 하는 내용이 확연이 다르다. 시장에서는 "사람을 보고 맡긴다"라고 표현하는데, 당연히 새빨간 거짓말이다. 위탁펀드 선정에 들어간다면 펀드 투자자는 운용사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탈탈 털어본다. 수백억 수천억을 10여년에 걸쳐 맡겨놓아야 하니 당연한 얘기일 지 모르겠다. 그들은 지난 이십여년 간의 현금흐름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면서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이다.
보통은 일반적인 회사 소개로 시작한다. 이름, 설립연도, 대표자나 파트너들의 성명, 본사와 기타 사무소들의 위치, 조직구조, 직원 수, 소유구조와 회사의 연혁 등. 단순한 정보의 나열 속에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처음 시작하는 회사들의 경우 창업자들은 카리스마가 넘친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여전히 창업자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가? 아니면 파트너들이 수평적인 논의 속에 투자 결정을 하는가? 창업 세대가 나이가 많다면, 차세대 경영진과 지분이양은 어떻게 준비가 되어가고 있는가? 물어보기 조심스러운 사항들이 적나라하게 다뤄진다.
기업문화의 측면에서 소유구조는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다수의 파트너들에게 나눠진 지분은 차세대 파트너들이 더 열심히 할 동기유인을 주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어느 글로벌 투자사는 다음 세대 파트너 십수명에게 지분이 분산되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창업자들은 수천억의 차입금을 통해 본인들의 지분을 회수했고, 지분과 함께 빚을 다음 세대에 넘겼다. PE가 지닌 자본재구조화의 전문성이 발휘되었고, 소유구조는 분산되었다. 소유구조만으로 점수를 메겼다면 높은 점수를 받았을 터였다. 옳고 틀린 것은 없다. 이제부터는 판단의 영역이다.
사람과 사무실이 전부인 운용사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운용규모 Asset under Management ("AUM")의 변동은 중요하다. 20명이 담당할 수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 규모에는 한계가 있다. 갑자기 AUM이 늘어났다면 회사의 직원수도 늘어야 한다. 중견업체를 인수하는 middle market 바이아웃 투자사가 어느날 갑자기 대기업에 투자하는 Large-cap 투자사가 되었다. 미국에서 중견업체 투자는 약 1조원 전후를 의미하지만, 대기업 투자에는 규모에 제한이 없다. AUM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운용사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수도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견업체 투자와 대기업 투자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과연 그들의 전문성은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일까?
몇몇 헤지펀드와 Private Equity 들은 펀드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 감당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만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최선의 성과를 지향한다. 최대보다는 최고. 내가, 내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운용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사모시장의 펀드는 가전제품이 아니다. 삼성이나 LG이기 때문이 아니고, 똑똑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급 운용역들로 인해 투자기회가 조달되고, 구조가 만들어지며, 큰 실수 없이, 실행되고 회수된다. Key-persons라 불리는 핵심인력들이 떠난다면, 그 펀드는 내가 투자한 펀드가 아니다. 종종 "회사의 이름값"을 언급하는 소유주들이나 신문기사를 본다. 오래된 하우스의 Track Record와 브랜드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Track Record를 만든 이들이 남아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인가? 투자야말로 사람이 전부인 사업이다.
과거 성과를 의미하는 Track Record는 보다 직관적이다. 20%의 수익률은 5%보다 높다. 하지만, 5%가 금융위기 기간의 성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관된 장기성과는 정말 중요하다. 한 순간의 행운과 실수는, 주목받기 쉽지만,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통상 PE는 20% 수익률에 2배의 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평균적인 성과가 15%라고 하면 대단하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어떤 PE는 지난 20여년 간 단 한 건의 손실이나 부실 없이 15% 전후의 성과를 기록했다. 과거의 성과는 미래수익률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와 운용역의 철학과 앞으로의 행동을 보여줄 수는 있다.
펀드 실사의 목적은 그 운용사가 매일 어떻게 운영되는 지를 상상해 보는 것에 있다. 종이와 숫자에 담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무실을 방문하고 하루 종일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그들이 제출한 20여년 간의 성과와 전략과 철학이 실제 이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 지, 그들의 말과 행동을 상상하기 위함이다. 펀드를 투자한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당신의 인생은 얼마나 성공적입니까?" 혹은 "당신의 철학은 내가, 우리 업계 사람들이 존경할만큼 대단하십니까?" 당신의 성공적인 투자 건 한 건이, 과거 운용했던 펀드 하나가 중요하지 않다. 그 결과를 가져온 당신들의 생각이, 행동이, 문화가 반복되는 성공을 가져올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