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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Mar 03. 2024

펀드실사 Due Diligence Part. 2

빈티지와 Track Record

운용사의 과거 성과를 뜻하는 Track Record에 대한 분석은, 지금까지 개발된 수많은 계량화된 기법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다. 특히, 투자연도 혹은 투자시기를 의미하는 빈티지 Vintage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경기가 하락할 때는 하락하는 대로, 상승기에는 상승기에 맞춰 적절한 방식으로 투자하면 되지 않는가? 적절한 구조화와 Tranche (투자 구조 상의 일부분)로 위험을 상쇄한다면 언제든 충분히 좋은 투자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2010년대 초의 나는 정말 오만방자한 풋내기였다.


PE와 부동산 등 사모시장의 펀드들은 3년 이상의 투자기간과 10년에 가까운 만기를 가지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한, 2006년은, 거의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IB (Investment Bank,  투자은행, 글로벌 증권사를 이르는 말) 주니어들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해였다. 내가 고민 끝에 한국에 돌아온 2019년, 시장은 투자자들은 금융위기의 오랜 영향에서 벗어나 낙관적 전망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불경기가 오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지 결정하지 못한 채로 다가오는 그 충격을 맞이한다.


2020년 초 코로나로 인해 출입국이 통제되고 유가가 급락했다. 온라인 쇼핑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항공사는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해하기 위해 많은 분석이 필요하지도, 천재가 될 필요도 없었다. 예상할 수 있던 재난과 행운 사이에서 실제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이들이 많지 않다. 우리모두는 부자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얼마 안되는 개인적인 투자일 지라도, 아니면 전문투자자로 몇 달 동안 노력해서 완료하게 된 투자 건일지라도 그 투자의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하물며, 극한의 인내심으로 몇조원에 달하는 포트폴리오의 방향을 바꿔 손실을 피할 수 있는 이는 정말 드물다. 


운용사로부터 제공되는 Track Record를 보면, 펀드의 이름, 빈티지(설정연도), 펀드의 규모, 수익률, 그리고 Preqin 데이터베이스의 4분위가 담긴 표가 제공된다. 나는 당신이 그 표를 볼 때 알려진 역사와 함께 그 뒤에 숨겨진 고뇌를 보았으면 좋겠다. 과감한 판단으로 위험을 피했거나, 영화에서처럼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지 않았어도 좋다. 위기 기간, 언제 투자를 멈추었는 지,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취했는 지, 아니면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 지. 그리고 끝까지 끈질기게 포트폴리오를 위해 협상했는지. 숫자 뒤에 숨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위기가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할 지 예측해볼 수 있다. 


아시아통화위기나 글로벌금융위기를 꿰뚫어본 소수는 스타가 되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PE, 부동산, 인프라 등 포트폴리오에 대한 즉각적인 변경이 불가능한 사모시장에서는 더더욱이 그랬다. 많은 운용사들이 금융위기 전과 후의 성과를 구분하여 제시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자체에 대한 판단은 별도로, 시장 사이클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요소만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말 어려운 것은, 투자자가 해야하는 대부분의 결정은 스타에 대한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또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분명 상대적으로 쉬운 결정도 있다. 2010년대 초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뉴욕 일부, 런던의 웨스트엔드, 파리 도심 등 가치가 거의 하락하지 않았거나 이미 회복한 시장들이 있었다. 그 외의 지역은 이제서야 조금씩 회복세를 보일 때다. 하지만, 여전히 자본시장에서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일어나고 있었고 (금융위기 중간에는 도무지 어찌할 지 몰랐지만, 몇년이 지나면 조금씩 정신을 차린다), 만기가 정해지지 않은 "Open-ended" 부동산 펀드의 환매는 폭발했다. 내 돈이었다면 당연히 이미 회복된 자산을 먼저 정리하고 회복이 시작된 지역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터였다. 일부 글로벌 운용사는 그 반대로 움직였다. 이들은 당당했다. 포트폴리오 규모가 줄면 수수료가 줄어든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대응하는 방법은 생각 외로 단순하다. 많은 투자자들이 매년 꾸준히 펀드를 선정하면서 거시경제의 영향을 분산한다. 2012년과 2013년의 나는 PE와 부동산에서도 액티브한 운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전히 운용역의 능력과 전략을 믿는다. 하지만, 완벽한 결정은 어렵고, 담당자는 그 자리에 영원히 있을 수 없다. 투자의 위험을 시스템적으로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습관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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