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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May 12. 2024

늘 새로운 오래된 시장

China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오랫동안 어려운 이슈였지만, 최근보다 어려운 적은 없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 들어오면서, 중국은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초거대 시장이자 언젠가는 미국을 따라잡을 초강대국 후보로 여겨져 왔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이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초까지 글로벌화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 왔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013년 4월, CITIC Capital의 중국 부동산 펀드 출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기 위해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CITIC Capital은 중국 정부가 소유한 CITIC Group의 자회사로, CIC (China Investment Corporation, 중국국부펀드)와 QIA (Qatar Investment Authority, 카타르 국부펀드)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중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네 번째 펀드를 모집하고 있었다. 


상하이와 베이징은 89%와 86%의 도시화율을 보이면서 점차 성숙된 도시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중견 도시들의 도시화율은 아직 빠르게 높아져가는 추세였다. 주거용 아파트들은 빠르게 거대화하는 도시의 성장을 따라잡고 있었지만, 분양이 되지 않는, 다른 말로 빨리 돈이 되지 않는 상업용 부동산들은 그렇지 못했다. CITIC의 네 번째 부동산 펀드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최대 도시들이 아닌 중견(Second Tier) 도시에 위치한 판매시설, 리테일 부동산에만 투자하는 펀드였다.  


오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었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했고, 경제 규모 대비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국가였다. 중국인들의 삶은 빠르게 도시화하고 있었었는데, 아마도 우리 한국인들이 겪었던 것보다도 더 빨랐을 것이다. 그들은 더 큰 격차를 따라잡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상당한 경쟁에 직면해 있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제였고, 여전히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위험이 있었지만, 상하이와 베이징에서의 기대수익률은 우리가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얻는 수익률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중국에 투자해야 하는가? 


CITIC의 전략은, 중국 최대의 투자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이 제한된 중견 도시에서 "중국의 빠른 도시화"라는 거시적 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실사 중 창샤와 흐어페이에 가 보았다. 소비가 칭송받는 미덕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미국과 많이 닮아 있다. 인구 8백만에 이르는 이 도시들의 쇼핑몰들은 소비에 굶주린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비효율적으로 설계되었고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거대한 쇼핑몰들은 멋진 외관을 자랑했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백화점과 시장이 섞인 무엇인가를 보는 기분이었다.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중국과 일본을 무시하는 것은 한국인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은 뒤떨어진 국가가 아니다. 나는 상하이를 좋아한다. 상하이는 세련된 음식과 쇼핑,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글로벌 도시이다. 이미 2010년대에 여러번 여행을 갔던 바가 있다. 다만, 그 거대한 나라는 도시 간 격차가 커서, 중견 도시들이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2020년대의 중국 중견도시들은 또 많이 변화하였고, 결과적으로 CITIC Capital의 예측이 맞았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매크로를 이기는 마이크로는 없다.   


우리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될 희망을 보았던 20세기를 뒤로하고, 21세기 전혀 다른 세상을 맞이했다. 브렉시트가 발생했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의 우경화와 자국 우선주의를 배경으로 글로벌 SCM (Supply Chain Management)이 크게 퇴보하였다. 중국 역시 정치적 배경으로 인해 글로벌화를 극단적으로 역행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위상은 이전보다 퇴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가장 큰 내수시장 중 하나를 가진 중국을 무시할 수 없다. 


언젠가는 다시금 글로벌 시장의 핵심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는 그 시장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의 지정학적 이슈들로 인해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를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시장은 여전히 우리가 가진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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