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 : 맛집
맛집에서 20분간 줄을 서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 유명한 도넛 가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쯤은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일 때문에 가게 된 동네에서 그 도넛 가게를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무슨 일이 있나?' 하는 마음에 달려가 보니 유명하다는 도넛 가게 이름이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나도 일단 줄을 서 보기로 했다. 후배와 함께 얼마나 맛있을지 너무 기대가 된다며 기다리고 있는데, 5분쯤 기다렸을 때쯤 직원이 나와서 내 뒤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여기 계신 분들까지만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확실하게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현재 남은 개수가 20개 정도입니다."
줄을 서도 먹지 못할 정도라고? 내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는 도넛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명 브랜드인 크리** 도넛이나 던* 도넛도 거의 먹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입에는 도넛 빵이 맛이 없기 때문이다. 입맛은 그리 까다롭지 않지만, 밀가루 맛이 많이 나는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예를 들면 칼국수나 수제비 같은 음식은 몇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다.
아무튼 입구 근처까지 도달했을 때 가게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정말 좁은 공간에 직원 몇 분과 도넛이 놓여있는 진열대만이 보였다. 그리고 종류는 4-5가지 정도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몇 개씩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 맛을 떠나서 앞사람이 다 사갈까 봐 발을 동동 구르게 되었다. 20여 분 만에 입성한 우리는 남아있는 종류의 도넛을 하나씩 달라고 했고 총 4개를 살 수 있었다. 초코 푸딩, 우유 생크림, 바닐라, 얼그레이! 이렇게 네 가지 맛을 사서 나오는 길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남아있는 양을 생각하면 뒤에 있는 사람들은 살 수 없을 텐데라는 오지랖 넓은 생각과 함께.
후배와 나는 근처 공원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오픈을 했다. 크림이 엄청나게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라더니 정말 미어터지게 들어가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이 들어 있었다. 한입을 베어 물면 입 옆으로 크림이 왕창 묻어 나온다. 첫맛은 '나쁘지 않은데?'였다. 생각보다 크림이 많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합격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빵이 두꺼워서 금방 물렸다. 거의 한 입씩 먹고 내려놓았달까.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20분이나 기다려서 먹을 맛인가?'
개인적으로 맛집이라고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입맛이 유별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얼마나 대단한 음식이라고 짧게는 몇 십분, 길게는 몇 시간을 기다려서 음식을 먹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인들과 맛집이라고 찾아갔다가 줄이 너무 길면 10-20분 정도까지는 기다리지만 그 시간이 넘어가면 지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원래 맛집 옆에서 장사하는 집도 맛있더라."
신빙성은 전혀 없지만 그간 맛집의 옆집을 많이 가본 1인으로 맛이 없었던 적은 없다. 그리고 재밌는 사실은 오히려 나처럼 맛집에 찾아왔다가 기다림에 지쳐 옆집을 들르는 손님이 많은지 옆집에도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 그리고 또 재밌는 사실은 맛집이 순두부를 파는 가게라면 그 옆집도 순두부를 파는 경우가 많다. 결국 돌아가는 손님을 잡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최근 유명한 맛집의 옆집을 찾아가서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하던데 그것과 나의 입장은 별개다)
나를 기다리게 만든 도넛은 SNS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고,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줄까지 서서 먹어보았지만 다시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음식 맛은 거기서 거기라는 지론이 또 한 번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