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라는 거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큰 사람만 느끼는 감정인 거 같아요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해. 너랑 내 관계. 내가 더 좋아하니까.
싸우고 싶을 때도 있고, 도대체 너는 왜 그러냐고 따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왜 참고 넘어가는 줄 알아? 내가 져주지 않으면 헤어지게 될 것 같으니까. 그래서 나는 언제나 져줄 수밖에 없어. 내가 참지 않으면 끝장이 나고 말테니까.
..... 그 느낌이 얼마나 싫은 줄 알아? 내가 져주지 않으면 우리가 헤어지게 될 거라는 그 느낌.
- 드라마 <연애의 발견> 中 -
나는 어릴 적 친구를 사귈 때에도 누군가를 '소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내 친구, 내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누군가 끼어들기를 시도할 때면 나는 거침없이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나의 소유 전쟁은 친구에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누군가 접근을 하려 하면 어김없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K 주변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K의 매력에 이끌리는 여자들도 있었고, K의 털털함에 친분을 더해가고자 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대부분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고 K와 그들의 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에 큰 불안감은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간혹 K의 곁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려는 사람들 때문에 나의 두 눈은 오직 K를 향해 있었다.
아주 가끔씩 데이트를 하다가, 함께 퇴근을 하는 길에 나를 옆에 두고 다른 사람과 긴 시간 동안 통화를 하는 K 때문에 토라질 때가 있었다. 토라짐의 이유는 명확하게 질투심이었고, K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한참을 통화에 집중했다. 내 표정이 어두워짐을 느낄 때쯤 K는 미안하다는 눈짓을 보내며 눈빛으로 나를 달래곤 했다.
"이럴 거면 왜 같이 퇴근하는 거예요?"
"미안해. 고민 있다고 전화한 사람한테 그냥 끊으라고 할 수가 없었어."
"혹시... 일부러 내 질투심의 한계를 시험한 거라면 성공했어요."
"아닌 거 알면서. 사과의 의미로 집에 데려다줄게."
K는 내가 질투를 할 때마다 흘기는 눈을 예쁜 손으로 쓸어내려 주었고, 언제나 진심으로 불안해하지 말라고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나의 질투심이 표출될 때마다 K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나를 안아주었다. 가끔은 그 다독임을 느끼고 싶어서 괜한 질투심을 출동시킬 때도 있었다.
"질투라는 거...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큰 사람만 느끼는 감정인 거 같아요."
"무슨 뜻이야?"
"항상 나만 질투하잖아요. 내가 더 좋아하니까 불안해서 질투하는 거잖아요. 맞죠?"
".... 누굴 만나든 12시 안에 집에 들어가. 짧은 치마 입지 마. 단둘이 술 마시는 것도 안돼."
"갑자기 뭐 하는 거예요?"
"그동안 내가 질투했던 순간들을 얘기하고 있는 거야. 내가 너를 더 좋아하니까."
K가 나를 향해 질투심을 분출할 때면 나는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누굴 만나고, 어떤 옷을 입고, 몇 시에 집에 들어가는지 K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쯤 우리는 헤어짐을 준비해야 했다. 나는 아직도 K의 모든 것이 궁금했지만 K의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깨달았다. 질투라는 건 더 좋아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걸.
당신이 정말 미워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나와 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친한 선배였는데 당신 눈에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거 같다고 했잖아요. 나는 그 얘기를 하는 당신이 정말 귀여웠어요. '이 사람이 이렇게 날 생각하는구나.', '이 사람이 날 정말 좋아하는구나.' 내가 당신한테 좋아하는 감정을 한없이 표현했던 것만큼 당신이 느끼는 감정을 나에게 모두 전해줬더라면 우리의 헤어짐이 조금은 수월했을 수도 있어요. 난 당신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혹시..' 라고 생각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우리가 헤어지고 아주 가끔씩 연락이 닿을 때면 당신은 그때처럼 내게 말해요. 일찍 집에 들어가, 술 조금만 마셔, 짧은 치마 입지 마. 나를 걱정해주는 당신의 그 한마디 때문에 아주 가끔은 바보처럼 숨을 쉴 수조차 없어요. 아직도 내가 더 당신을 좋아한다는 뜻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