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유화(詩中有畵)
秋陰漠漠四山空 추음막막사산공
落葉無聲滿地紅 낙엽무성만지홍
立馬溪橋問歸路 입마계교문귀로
不知身在畫圖中 부지신재화도중
가을 구름 아득하고 온 산이 텅 비니
소리 없이 지는 낙엽으로 온 땅이 붉다
시내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돌아가는 길을 물으니
내 자신이 그림 속에 있음을 알지 못했네.
이런 주제를 ‘시중유화(詩中有畵)’라고 한다. 그런데 정도전은 그림 속에서 시를 읊고 있으니, '畵中有詩'적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때는 아직 고려, 유배를 갔던 시절에 지은 시, 정치인이기에 앞서 문인이기도 했던 정도전의 면모. 그를 냉철한 혁명가로만 알고 있지만, 혁명가의 뜨거운 열정은 세상의 부조리에 통탄할 줄 아는 섬세한 감성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