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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ul 02. 2021

꽃과 불꽃

나비를 사랑한 나방

   어린 애벌레 둘이서 사랑을 했다. 함께하는 항상이 행복이었던 날들, 그 시간이 영원할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날 어린 벌레로서의 마지막 순간과 함께 찾아온 이별. 조금 더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사랑할 것을 약속하며 각자가 만든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세상으로 나오던 날, 더 이상은 서로를 사랑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했다. 한 녀석은 나비가 되었고, 다른 녀석은 나방이 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출처는 기억이 나지 않고, 언젠가 TV에서 얼핏 본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다. 애벌레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나비와 나방이란 종의 차이. 낮과 밤, 각자의 생활체계 사이에 놓인 생물학적 경계. 또한 각자가 지닌 미적 취향의 차이, 다시 세상으로 나온 나비는 꽃들의 화려함을, 나방은 불꽃의 찬란함을….  


  인간의 삶에 적용하자면, 나이에 따른 사랑관의 변화, 어쩌면 교감의 조건이 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시절의 그런 사랑을 다시 할 수 없다는 의미의 알레고리 같기도 하면서…. 그런데 또 살다보면 그 전제와 경계가 무의미한 사랑을 다시 마주치기도 하더라. 나의 밤에는 당신이 없어서, 더 이상 그 밤이 아름답지 않아서, 당신의 낮과 꽃을 알고 싶어서, 내 밤을 다 소진해 동틀녘을 기다리며 방황하는 나방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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