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오공(孫悟空)은 동승신주(東勝神州) 오래국(傲來國) 화과산(花果山) 꼭대기에 있는 거석이 영기(靈氣)를 품어서 낳은 돌원숭이(石猿)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힘이 세고 난폭해서 금방 수렴동(水簾洞)의 원숭이 왕이 되었지만 불로장생의 도를 구하기 위한 여행길에 나섰다. 천계의 옥황상제로부터 필마온(弼馬溫)이라는 마구간을 돌보는 직위를 받았지만, 태상노군이 만든 단약(丹藥 : 불로장생의 비약)을 몰래 훔치기도 하고, 서왕모의 반도(蟠桃)도 훔쳐먹는 등 계속 무례한 행돌을 일삼자 급기야는 옥황상제의 체포 명령이 떨어지게 되었다. ... - <도교의 신들>, 마노 다카야, 들녘, p129 -
... 손오공이 천계에서 벌을 받다 도망치자 다시 곤경에 빠진 옥황상제는 하는 수 없이 석가여래에게 손오공을 붙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손오공은 석가 앞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뽐내며 가능한 한 멀리 날아서 도망쳤지만, 석가의 손바닥 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석가의 위대함에 무릎을 꿇고 오행산(五行山)에 감금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 - 같은 책, p131 -
... 저팔계(豬八戒)는 원래 하늘의 강을 지키는 천봉원수(天蓬元帥)였다. 하지만 반도회(蟠桃會) 때 술에 취해 항아(姮娥 : 달 속에 산다는 선녀)를 희롱한 죄로 인간계에 떨어진 전력을 가지고 있다. 암퇘지의 배에 몰래 들어가서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형상은 돼지를 닮았다. 그가 가진 무기는 아홉 개의 이를 가진 정파(釘鈀)다.
사오정(沙悟淨)은 예전에는 천계의 영소전(靈霄殿)에 살았던 권렴대장(捲簾大將)이었다. 그도 역시 반도회에서 실수로 수정잔을 깨뜨리는 바람에 유사하(流沙河) 떨어진 경력이 있다. 보장(寶杖)이 그의 무기다.
삼장법사가 타고 다니는 백마는 원래 서해 용왕의 아들이었다. 그 역시 어전의 진주를 불에 태운 죄로 채찍에 맞아 죽는 사형에 처해졌지만 관음보살이 구해준 경력이 있다. 말하자면 삼장법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천상계의 노여움을 사서 그 죄를 갚기 위해 현장을 돕는 것이다. ... - 같은 책, p133 -
중국에 불교가 유입되었을 시, 중국인들은 다르마(Dharma)를 道의 개념으로 이해하며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도올) 이를 격의불교(格義佛敎)라고도 한다. 도교 교단이 성립되면서부터는 불교의 체계성에 영향을 받아 교리가 정리되기 때문에, 신화도 불교와 융합이 된 형태. 대표적인 스토리텔링이 <서유기>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도 원래는 천상에서 한 자리씩 하던 인물들이었는데, 죄를 짓고 지상으로 유배온 마이너리그. 그러나 하늘이 그 재능은 아까워 한 번 더 기회를 준 경우. 명리학에서는 이게 ‘천라지망(天羅地網)’ 담론이다. 헌신과 봉사로서가 아니면 벗어날 수 없는 결계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