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부동산에서 배우는 역사
1985년부터 1990년까지 국내 주식과 부동산은 폭등했다. 당시의 부동산 가격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폭등했다. 아파트 가격이 일거에 2배, 3배 어쩐 지역은 4배까지도 올랐다. 세상은 시끌벅적 난리통이었다. 투기꾼을 박멸해야 한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만 보고 투기꾼이 설쳐서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투기꾼들이 집값을 올린다면 왜 항상 오르지 않고 특정 시기에만 오를까? 투기꾼이 집값을 올린다면 집값은 왜 내려가기도 하는 것일까? 이 말들은 다 무지해서 하는 소리다.
전체를 보자. 글로벌 환경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당시 '3저'가 심각했다.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였다. 이 때문에 국내에 돈이 넘쳤다. 바로 그래서 부동산과 주식이 오른 것이다. 그러면 왜 3저가 왔을까? 미국이 일본을 밟으면서 그렇게 되었다.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위협하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플라자 협정으로 엔화를 강제로 절상하다 보니 일본과 경쟁 관계에 놓인 한국의 수출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당시 저유가와 저금리 상황으로 돈이 넘치면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이처럼 전체를 알고 내가 부분적으로 당면한 현실을 파악해야 의사결정을 하는데 실수가 없다.
<인생 투자> - 우석
4차 파동
87년 7월, 주택시장에 먹구름이 걷히고 쌍무지개가 뜬 때는 노랑참외가 익어가던 여름날이었다. 원유값 하락으로 시작된 3저호황을 누리며 국제 수지 흑자가 확대되자 '활황증후군'이 나타났다. 경제 성적표가 좋아지고 실물 경기가 뒷받침되자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재테크'란 말도 이때부터 사용되었다.
교통이 불편하고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해 미분양 지역이었던 목동과 상계지구 아파트 분양도 순풍에 돛 달았다. '아파트단지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혹평 속에 미분양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도 뒤늦게 빛을 보았다. 재분양했는데 1차 분양때와는 딴판이었다. 갑자기 인기가 높아져 분양접수창구에 많은 인파가 몰려 밤늦도록 북새통을 이뤘고 프리미엄까지 붙게 되었다. 불과 6개월 만의 변덕이었다.
88년 7월, 3저 호황과 올림픽 특수를 누리며 국제 수지가 86년 46억 달러, 87년 98억 달러, 88년 1백41억 달러의 흑자를 내며 외환 인플레가 우려되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며 엄청나게 많은 돈이 풀려 수년간 유지해 온 물가 안정 기조가 뿌리 채 흔들렸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지금 사도 늦지 않는다'며 가수요까지 가격을 불문하고 덤벼들자 수요가 불처럼 일어나 기세 좋게 올랐다. 어렵사리 매물을 찾아 막상 계약을 하기 위해 무릎을 맞대면 값을 올려 부르며 딴소리하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넘치는 돈에 아파트값이 춤을 췄다.
아파트 투자 열기는 서울 강남지역이 주도하였고 지하철 역세권을 거쳐 인근 강동지역과 외곽지역인 목동, 상계동까지 영향을 미쳐 차츰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또 한 달가량의 시차를 두고 수도권 지역도 뒤를 이었는데 노(no) 프리미엄이었던 지방도시 아파트에도 프리미엄이 쏠쏠하게 붙었다.
아파트 투기병이 다시 도졌다.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 의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이 수직상승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 구분 없이 무차별 적으로 올랐다.
<아파트값 5차 파동>-최명철
우석님의 책 <인생투자>를 읽다가 인상 깊은 부분을 메모했습니다. 부분의 내용보다 전체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우석님이 말하는 전체는 글로벌 환경입니다. 특히 85년부터 90년까지의 아파트값에 대한 내용을 언급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 시기는 아파트 값이 정말 많이 오른 시기 중 하나입니다.
역시 같은 부분을 흥미롭게 소개했던 책과 비교를 하며 오늘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또 다른 책은 <아파트값 5차 파동>입니다. 이 책을 보면 이 시기를 '4차 파동'으로 명명해 놓았습니다. 4차 파동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하나의 그래프로 소개하겠습니다.
보이시나요?
표 잘못된 것 아닙니다. 단위 잘못된 것 아닙니다.
무려 7차에 걸친 대상승이 있었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51평은 87년 300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91년 1,300만 원까지 갑니다. 무려 4배가 상승했습니다. 다른 아파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3배~4배가 상승했습니다.
이 시기는 대표적인 3저 현상의 시기입니다. 저유가, 저물가, 저환율의 3저입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가 실시되고 일본의 엔화는 가치 절상됩니다. 이 이후 일본은 30년간 침체를 겪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엔화 절상으로 수출에 막대한 이익을 얻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통화량이 증가합니다.
즉, 투기꾼과 다른 기타 요인들은 부동산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전체 판때기인 글로벌 환경인 것이죠.
과거를 배웠으니 복기해보려 합니다.
역대급 호황이었던 지난 2017~2021년 상승장을 돌이켜 볼까요?(개인적으로 7차 파동이라고 생각함)
위에서 언급한 3저 현상을 대입해 봅시다.
저유가, 저물가, 저환율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체로 맞아떨어진다고 느껴집니다. 3저 현상으로 인해 시중 통화량이 엄청나게 풀리고 그로 인해 자산 가격은 폭등합니다.
85년이나 지금이나 3저 현상이 오면 결과적으로 통화량이 엄청나게 풀리게 됩니다.
왜 3저현상이 왔을까요?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를 우려해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에서는 엄청난 돈을 뿌렸습니다. 이미 지난 금융 위기 때 극복 방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언제 브레이크가 걸렸나요?
우-러 전쟁입니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터집니다. 물론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이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에너지 생산 및 공급 중단은 전 세계 인플레이션 현상의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은 기준 금리를 올려 긴축을 실시했습니다. 강달러가 지속되고 미국은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금은 지난 상승장과 80년대 상승장에 대조적으로 3고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1980년~2023년 미국 M2 그래프
198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M2 그래프입니다.
완만히 오르면서 점점 기울기가 가팔라집니다. 특히 2020년 코로나를 맞이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죠.
2015년~ 2023년 미국 M2 그래프
그 시기가 이 시기죠. 2015년부터 완만하게 오르다가 2020년 1월을 기점으로 기울기가 차원이 다르게 폭등합니다. 우리가 지난 상승장이라고 여기는 시점입니다.
1983년~ 1995년 미국 M2 그래프
지난 1980년대 상황을 볼까요? 1983년부터 1991년까지 가파르게 오르다가 91년부터는 완만하게 갑니다.
글로벌 환경이 3저 현상을 맞을 때 미국 총통화량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시기에 경제 호황을 맞이했죠. 자산시장이 폭등했고요.
이미 전 세계 경제는 하나의 나라나 다름없습니다. 미국 달러는 사실상 투자자들 입장에서 전 세계 공용화폐죠. 과거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용써도 글로벌 환경이 변화하면 흐름이 그리로 갑니다.
책에서 나온 말대로 부분보다는 전체를 봐야 합니다. 전체와 부분 중 하나만 알아야 한다면 전체를 아는 게 낫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3고 현상이 지속되는 지금,
대한민국 아파트 값이 다시금 단기간에 급하게 오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글로벌 상승동력이 없죠.
하지만 이번 하락기에 많이 떨어졌고 다시 정상 궤도로 완만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는 상승을 준비한다기보다는 단기간 급락에 대한 정상 시장 회복정도로 느껴집니다. 이 시기에 잡은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죠.
또한 아파트 공급이 적을 거라 우려하는 요즘, 이 상황이라면 아파트 매매가 보다 전세가 상승이 더욱 가팔라질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서울의 새 아파트가 부족합니다. 역전세난이 엊그제였는데 전세난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가 유심히 봐야 할 중요한 요소는 미국의 경제 정책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연준의 입만 바라보고 있죠. 언제 금리인하를 하는지에 대해서요.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3고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주식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부동산이 따라가게 되겠죠.
뉴노멀의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경제는 복잡계 그 자체죠. 이번에는 다르다고 합니다.
과연 다를까요?
책을 읽으며 느낀 저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다르지만 인간은 그대로 아닙니까? 인간의 생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수백 년 전 철학자의 생각이 지금도 정확하게 인간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증거죠.
역사는 반복됩니다.
분명히 또 욜로족이 나올 것이고, 집을 사는 게 손가락질받는 일이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를 꾸준히 공부한다면 그 겨울에 여름에 쓸 밀짚모자를 미리 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책을 읽다가 다른 책이 떠올라 같이 비교하며 과거 부동산 역사를 공부해 봤습니다. 그에 비추어 짧은 식견으로 현재와 미래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