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니스트리 Apr 08. 2023

사랑하기 좋은 빛

오늘 피츠제럴드는 또 실패했다. 한 독자를 그의 위대한 작품 세계에 더 오래 머물게 하지 못했다. 데이지의 남편 톰을 만나자 불편한 기색 후 사라진 개츠비와 함께, 나의 의식도 책 위를 비춘 빛과 그림자를 따라 여행을 떠난다. 책장 위에 내린 흔들리는 것들이 상상으로 초대하는 손짓 같았다.


종이와 글자보다, 왠지 그걸 비추는 빛과 그림자가 책을 더 책답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LED 화면도 요즘은 스스로 빛을 조절해 사람의 눈이 가장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스마트한 세상이지만, 종이 책의 그 느낌이 여전히 좋은게 멍청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신은 바라보라고 해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비는 그걸 피하고 싶어 하기도 했다). 달, 별, 벽.. 그림, 그리고 책.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것들이 빛으로 그 형태를 드러냈을 때 우리는 더 편하게 바라볼 수 있다. 어느 작사가의 이야기 마따나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게 하는 사람이 가장 사랑하기 좋은 사람'¹이라면 나는 확실히 그런 책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책은 빛을 사랑하고 있을까?


-

¹ 김이나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 중

작가의 이전글 봄's 데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