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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Kwon Feb 13. 2019

다시 겨울,

#_


향기가 좋아 돌아보는 자리엔 작은 꽃들이 피고 있었다. 

벌거벗은 나뭇가지에는 봉긋한 새순들도 숨어 있었다. 

그토록, 유독 따뜻한 겨울이었다. 

눈치채기 힘들 만큼 느린 속도로 천천히 낮시간은 길어졌고

그렇게 겨울이 가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겨울이다. 

한번 내리기 시작한 눈은 멈출 줄 모르고 이 순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하얗게 덮어버린다.

썰매장이 된 집 앞 언덕에는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있다. 

휴교령이 떨어진 덕분에 이웃집 아이 맥스도 오늘은 등굣길이 아닌 언덕길을 오른다. 

사박사박. 신나게 뛰어가는 발걸음이 눈 위에 자국을 남긴다.

조용히 미끄러지는 차바퀴는 소리를 잃었는데

하아. 입김을 부는 소리는 선명하게 귓가에 울린다.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하얀 막에 덮여 평소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백색 소음. 눈은 보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오늘이 지나고 나면 봄이 오려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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