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lly Mar 08. 2018

아이가 꼭 있어야 하나요?

입양에 대한 쓸데없는 생각들

아이가 꼭 있어야 하나요?


마음속이 채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다. 계속 미루고 미뤘다. 고작 전화하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실은 집이 아니다. 사람들로 소란한 카페에 한 켠을 비집고 앉았다. 통화 연결음 후에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기 넘어 속 냉랭한 목소리가 내게 넘어왔다. 카페 안에 소음과 날카로운 내 마음이 만들어낸 느낌이겠지.


입양상담을 했다. 사실 인터넷 등을 통해 다 알고 있던 내용들이다. 누군가의 설명을 듣는다고 내 궁금증이 더 풀리거나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전화를 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임신이 여러 번 실패하고 더 이상 아기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절망의 터널을 지나고 나니 또다시 둘만 덩그러니 남았다. 아이 없이 잘 살아보자 싶다가도 이렇게 둘이 늙는 게 못내 서러워졌다를 반복했다. 여러 번.


남편이야 내가 하자는 대로, 내가 좋은 게 본인도 좋은 거라 말하지만 입양에 대해서는 크게 열려있는 편이다. 심지어 연장아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나. 한 아이를 만나 품고 기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입양은 어쩌면 아이를 갖는 확률보다도 더 낮지는 않을까.


입양 절차는 처음 상담부터 가정조사, 입양교육 후  필요한 서류 만들어 가정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인용되기까지 5~11개월 정도의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혹시나 여아를 원할 경우에는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 근데 여아를 선호하는 건 왜일까. 나는 어떤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지 조차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근데 어디 건강하기가 쉽나. 마음이 이렇게 오락가락이다.


"아이 없이 살려고요."

언젠가 시어머니께 했던 말이다. 시어머니는 크게 놀란 기색 없이 그래 요즘에 애 없이 사는 가정도 많더라. 하셨다. 어디 아들 내외의 아픔을 모르시겠는가. 그저 내 아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라시는 게 어머니 마음인 것을.


그렇게 안심되는 말을 들었음에도 나는 시어머니에게 친손주를 안겨드리고 싶어 했다. 피붙이가 대체 뭐라고. 그게 뭐 대수라고. 아니 대수니까 내가 지금껏 이렇게 망설이고 있겠지.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가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마 내 부모세대는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면. 10년 후, 20년 후에는 조금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지 않을까. 입양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모두 편견 없이 얘기하고 받아들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내 시간은 지금 어디쯤 와있나. 아직은 누군가의 편견에 단단히 맞서야 하는데, 그럴 힘이 내게 있는지 사실 의문이다. 강하다 믿었는데, 열정적이고 주체적이라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나약하고 흔들리는 존재였다. 나는.

이전 03화 부족한 인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