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3
지난 목요일 수술을 위해 세브란스에 입원을 했다.
한 시간에 걸쳐 수술설명회를 듣고(환자를 많아 모아놓고 설명할 정도니 유방암 환자가 참 많기도 하다)
호텔보다 더 비싼 일인실로 와서 수술 전 준비를 했다. 왜 입원을 하려면 일인실 밖에 없는 건가?
핵의학실에 내려가 조영제 넣고(가슴이 뻐근하니 아픈데, 아직도 그 자리가 기분 나쁘게 뻐근하고 아프다)
밤 7시 넘어 전공의가 찾아와 조직검사 결과가 안 좋으니
예방차원에서 두 가슴을 다 자르는 건 어떤지 낼 아침 수술 전까지 알려달라 했다.
수술은 다음 날인데?
내내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양가슴 절제하고 재건 수술을 하는 걸로 했는데
수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게 재건에 대한 논의와 검사가 하나도 없어서 못할 거 같았다.
다음 날 담당 집도의가 와서 묻길래 내 결론을 이야기하니,
당황한 모습으로 복원 말고 그냥 자르는 쪽으로 자꾸 말한다.
그리고 복원은 나중에 회복해서 해도 된다며,
"병원 스케줄과 의사 선생님 스케줄이 변경되어 난처해서 그런 거예요?
지난번 상담하실 때는 복원 수술을 계속 권하셨잖아요?
어차피 두 가슴을 다 절제해야 한다면,
전 한 번에 다 끝내고 싶어요. 환자 입장에선 한 번 마취로 끝내고 싶죠. “
라고 말하니 알겠다고 그러면 많이 늦어지는데 성형외과 스케줄 잡아야 한다고 일단 퇴원을 하라 했다.
짐을 싸고 기다리는데 전공의가 와서 수술하는 김에 난관난소절제까지 다하는 게 좋으니
산부인과 예약을 해놓겠다고 말하고 가버리니 정말 어이가 없고 기분이 나빠졌다.
환자에 대한 존중이 일도 없이 무슨 사마귀나 점을 떼듯이 통보하고 사라진다.
호텔보다 더 비싼 세브란스 1인실에서 퇴원하고, 오후에 그이 방사선치료 따라 성모병원에 간 김에 유방외과에서 진료받으면 어떨지 방사선 담당의사에게 물으니 원래 세 군데 이상 의견 들어보는 건데 당연하다고 와보라 그러신다. 토요일 오전에 담당 유방외과 의사 선생님을 찾아와 의논하고 결과지 보여주니 훨씬 위로가 되고 힘이 되게 말해준다.
"예후도 좋은 착한 암인데 뭘 걱정하세요?"
"세브란스에서는 제 암보고 공격성이 강하고 나쁜 암이라 빨리 없애고,두 가슴을 다 절제하고 난소도 제거하라던 걸요."
"어차피 생긴 암이니 수술은 하는 게 맞고, 유전자 검사를 보니까 차후 예방을 위해 그렇게 말씀하신 거죠,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는 것보다 예방차원에서도 그리 많이 합니다. "
사실 수술 방법과 결과는 똑같았다. 두 가슴 모두 절제하고, 난소난관 떼어내는 것까지 말이다.
같은 상황을 두고 표현에 따라 환자 기분이 얼마나 바뀌는데 왜 그걸 모르지?
의료진의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내게는 의료진의 친절도와 환자에 대한 존중감이 더 중요하다.
환자를 긍휼의 대상으로 바라봐주기를.
성모병원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고 마음 편히 남편이 있는 이곳에서 수술받고 치료하기로 하고
다음 주 세브란스 입원은 다 취소했다.
제일 빠른 시간으로 예약을 잡아 수술하기로 해서 월요일에 입원준비해서 들어오란다.
오히려 잘되었다.
그이와 같이 치료받으며 오가니 마음도 더 편하고,
조직검사결과도 자세히 설명을 들어 마음이 놓인다.
내가 아이들과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내가 참 좋은 사람이고, 내가 가진 성격이 나에게 딱 맞는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거다.
의사가 환자와 상담할 때는
“난 잘 치료받을 수 있고, 함께 노력해서 완치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희망적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20년 넘게 다니던 연세 세브란스에 어제 가서 모든 서류 떼고 안녕하고 왔다.
아마도 그이와 같은 병원에 있고 싶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 거다.
내일 마음 편히 성모병원에 입원해서 수술 잘 받자.
이제 그이와는 병원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