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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Apr 14. 2024

Fix you

듣고 싶었고, 그렇게 되기를 바랐던

2019.07.18


 항암 시작을 위해 케모포트를 아침 8시 30분에 시작했다.

9시에 신경외과 선생님과 면담이 있으니 빨리 하든지 늦게 해 주면 안 되냐 물으니

유방외과 주치의 선생님이 웃으면서

“본인도 급하십니다” 하신다.  케모포트 끝나고, 면담 뒤에 엑스레이 찍기로 하고 내려갔다.

 전신마취가 아니라 국소마취라 소리가 다 들리니 더 긴장되었다. 어깨에 힘주지 않고  자꾸 힘을 빼려고 노력했는데 의식하지 않으면 바로 몸에 힘이 들어가니 호흡에 계속 집중했다.

 간호사선생님이 무슨 노래 틀어줄까 물어보는데 뭐가 한 개도 생각이 안 났다.  수술 중간에 갑자기 콜드 플레이 'fix you'가 듣고 싶었는데 이미 늦었다. 그래도 내 기분 상태를 물어봐주시고 다정하게 말씀해 주시니 목이 메고 눈물이 나려고 그런다.  다정함과 친절함은 나의 나약함을 다독여주는 최고의 치료제 같다.

다음에 케모포트 뺄 때는 선곡해서 와야지 생각하지만 아마 또 잊을테지.

이거 마치고 입원실 가서 들어야겠다. 서걱서걱 소리 말고 음악에 집중하라고  틀어주나보다.

 fix you 가사를 떠올려보려는데

I will try to fix you 만 생각난다.

그러기를.. 그이도, 나도.


 케모포트는 혈관 찾기 힘들어서 항암 주사 편의를 위해 쇄골 아래에 동전 크기정도 정맥관을 뚫는 건데, 뻐근하고 좀 아프긴 하다. 3일 정도 지나면 내 몸의 일부처럼 또 적응되겠지.

잘 심어졌다고, 칭찬까지 받고 좀 누워있다가 신경외과에 남편 보호자로 면담을 하러 내려갔다.


  남편 면담을 위해 며칠 전부터 노트에 질문을 한 페이지 가득 적었는데, 선생님이 답변도 잘해주신다.

우리의 질문은

1.치료 전개가 어떻게 되는가?

(사실 나는 안다. 그의 수술때 열어보고 별 의미가 없어 그냥 닫았다는 것을. 그이만 모른다)

2.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한가?

3. 경련이 이렇게 자주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가?

4. 회사에서 하는 일이 있는데 괜찮은가?

5. 운전을 해도 괜찮은가?

6. 재활치료(언어와 작업치료)는 어떻게 지속하는 것이 좋은가?


더 이상 성모병원에서의 치료는 의미가 없다고 하셔서 분당서울대병원에 가서 진료라도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그쪽 신경외과에 의뢰도 해주시기로 하셨다. 가보는 게 환자나 보호자 마음도 놓일 거라고 하신다.

지난번에 인터넷으로 예약했는데 다행히 예약이 되었고, 선생님이 의뢰서도 써주시기로 했다.

 면담 후 그이는 너무나 낙담해 말도 없고 표정이 굳어 있으니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속상하다.

 의사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일상생활로 완전복귀고 완치라는 말은 아닐지라도,  회사에서의 업무와 운전하고 오가는 일상은 좀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었다.

 운전도  안되고,  항암치료도 없고, 약으로 잘 지내면서 지켜보자는 말과 회사에서 하던 일을 설명 듣더니 다른 자리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에 그이는 30년 가까이하던 일을 바꾸는 건 일자리를 잃는다는 기분에 더 낙담하는 거 같다.  세상에서 자신이 쓸모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 슬프다고 그런다.

 상황은 바뀌지 않겠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은 선택할 수 있으니 좀 낙관적으로 바라보자고 말하지만 그이 마음을 알기에 뭐라 말할 수도 없다.

 일터로 돌아가고 싶은 그의 마음도 이해하고,  지난 과거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도  있으니 말이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우리를 죽이고 살리시는 이는 의사가 아니고 하나님임을,

그분께 맡기고 힘 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보고 또 기다리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상황 안에서도 감사함을 찾는 것,

웃고 옆에 있는 가족에게 농담을 건네는 것,

그리고 또 좋은 방법도 찾아보고 노력해 보는 것.  

그이가 바닥을 치는 마음에서 올라오길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은 언제나 선한 목적으로 일을 이루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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