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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Apr 21. 2024

첫 경험, 불타오르네

항암에 대한 첫 경험

2019.07.24


드디어 항암 시작이다.

어제부터 준비단계. 피검사 결과 정말 좋다고 그러신다.

부작용이랑 통증이 쪼끔만 있기를~

항암 주사를 맞을 때 내가 멋모르고 병을 만지자 간호사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맨손으로 만지면 피부가 괴사 할 수 있으니 함부로 만지지 말라 그랬다.  선생님들은 전부 장갑을 끼고 조심해서 만진다고.

 "아니~피부가 까맣게 변해버릴 정도로 독한 주사를 혈관에 밀어 넣는 거네요? "

진짜 항암 주사제가 들어가자마자 몸이 불타는 거 같은 느낌에 고통스러웠다.  

 3프로 정도 있는지 없는지도 안 보이는 암세포를 박멸하려고 97프로의 내 건강한 세포까지도 힘들게 만드는 게 맞는 건지 싶다.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는 거 같다.

소주를 마시지 않아도, 부끄러운 일이 없어도 사람 얼굴이 이렇게 불타오를 수 있구나!

너무 뜨겁다고 그러니 수간호사 선생님이 냉장고에 팩을 넣어두고 주사 맞을 때 붙이면 좋다고 알려주신다.

이차 항암 때는 챙겨 와야겠다.  팩 위에 시원한 알로에겔도 올려놓으면 좋다고 하신다.

 

항암제 투여와 함께 바로 점심이 나왔다.

카레라이스다.  아버님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광주에 내려가셔서 암투병생활하실 때 그나마 드실 수 있는 게 카레라고 해서 매번 내려갈 때마다

카레만 한가득, 들어가는 재료 바꿔가면서 많이도 했는데.  

 그래서 몇 년 간은 카레는 보기도 싫었다.

항암 시작날 하필 카레가 나오니 아버님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음식냄새, 사람냄새 너무나 못 맡고 힘들어하셨던 기억에 눈물이 났다.

아마 항암에 대한 거부도 아빠와 아버님의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서 그랬을 거다.


나는 오늘 항암시작이고,

그이는 재경이와 분당서울대 병원으로 외출이다.

거기서 진료받아보고 싶다 했더니 교수님이 흔쾌히 외출을 허락하셔서 친구에게 부탁해 그이의 외래진료를

재경과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더 나은 치료방법이 있다면 시도해 보고,

같은 결과의 진단이라면 다시 여기서 진료받아보자고 했다. 어떤 결과든 그가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잘 받아 들일수 있기를.  삶에서 늘 좋은 것으로 준비하실 하나님을 믿어보자.


항암 하는 동안에 단백질 섭취 많이 하라 그래서

지하 슈퍼에 가서 두부랑 낫또 사 와서 카레에 비벼 먹었다 잘 먹고, 잘 이겨내야지.

태어나서 “잘 먹어야지.”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은 듯하다.

밥만 잘 먹어도 칭찬받는 신생아 같은 시기가 다시 올 줄이야. 뭐 좀 드셨냐? 잠은 잘 잤냐? 게다가 내 변의 상태를 이렇게나 궁금해하시다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잘 해내야 하는 시기다.


2019.07.25

항암 느낌이 어떠냐고 문자가 오길래

내 답은

소주 5병쯤 먹고 난 다음 날 아침의 속과

피티체조 500개를 이유 없이 하고 난 다음 날 아침의 근육상태라고 했다.

아침에 몸무게 재니 어제보다 3킬로가 더 나간다. ㅜ ㅜ

부종도 시작.

몸뚱이가 무겁다.

좀 야위어야 하는데 아파도 살쪄보이는 이 몸뚱이라니.

근육통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생기지만 견딜만하다.

밥도 먹고, 좋아하는 정자언니가 와서 낮에 이야기 나눠주고 가니 잊을만하게 넘어간다.

이 정도면 4번 정도는 우후훗~

가볍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아픈 거 같기도 하다. 원래 번지점프도 뛰기 전이 더 무섭고, 롤러코스터도 올라가는 그 시간이 더 두려운 법인데 항암도 막상 시작 전에 하도 무서워해서 그런가?  

막상 맞으니 할만하네.

항암 마치고  컨디션 괜찮아지면 내일모레는 드디어 집으로 간다. 3개월 만에 가는 집이다.

머리카락은 다시 날 거니  걱정 말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하신다.

즉. 빠질 거니 놀라지 말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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