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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보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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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May 16. 2023

흰 머리카락

나쁜 남자가 차라리 나을것 같습니다


앞에 선 큰 여식 뒷 머리가 당황스럽습니다

왠지 가슴 어딘가가 아픈것도 같습니다

안해의 미사보 옆 머리를 봅니다

무심한 바보가 여기 있는것 같습니다




몰랐습니다

머리 위 서리가 내리던 날 언젠지 모르는데

그냥 지나가는 바람인줄 알았습니다

내 머리 위 안해의 머리 위에도

바람 불던 날 무심히 그런줄만 알았습니다


아빠가 되던 날

랐던 그날 딸 아이의 머리카락보다

안해의 초췌한 얼굴이 행복이었습니다

바보처럼 나쁜 남자가 되고만 날

그때도 오늘처럼 그냥 지나는 바람이었습니다


애잔합니다

딸아이 머리에 핀 흰 머리카락 한올이

이렇게 아플줄 미쳐 몰랐습니다

잊고 살던 안해의 흰 서리 밭이 아른거립니다

아픈 까닭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래도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남자가 차라리 을것 같습니다



                                2023-5-13  성당 벤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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