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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소리 Oct 28. 2018

국화꽃

슬픈 사랑꽃이 되었나


슬픈 소주가 아무리 먹어도 쓰기만 한

육계장 국물이 유난히 빨갛기만 한

앉을뱅이 식탁 일회용 비닐이 유난히 하얀

도리구찌 옆 귀 밑머리가 유난히 흰 웃음이 슬픈

그런날

아직 철안든 청춘이 되레 슬픈날

뜬금없이 주인 잃은 가마가 걱정되는 날

모네가 그렸습니다



천둥친다

가을비도 아닌 찬 비도 온다

바람 머물러 소리가 나야  
초록이 빨강이되고 노랑이 되는데

멀어진 사랑처럼 찬바람이 불어

지난 가을의 추억이 눈물되어 내린다

그리움이 향기되어
가슴에 멍울진 우박이 되었다


해마저 숨겨버린 먹구름 흐르는 하늘

그리운 사랑의 향기

하얀 국화꽃되어
추억 속 흑백사진 그대는

아직 개구지게 눈웃음치며 말을 걸지만

한송이 국화꽃 향기는 여기에 두고
고독만 남기고 그대는 없다

국화 한송이만 있다


무서리 쳐야 향이 짖은 그대

바람 돌고 가을비 맞아

언제나 반가운 추억될 날 멀었는데

너무 이른 국화 한송이

내 손에 남은 고독한 추억 한송이

사랑되어 그리움 물들이는

꽃이 되었나

슬픈 사랑꽃이 되었나


아직 앞마당 올 국화꽃은 피지 않았다

뜬금없는 찬바람 불고 그대 없어도

앞마당 국화는 피고 향기로 남아

지난 가을 이야기는 행복한 그림이 된다

사랑이 된다

들길 옆에 피어났던 별 꽃 친구 대신

꿈꿈한 화실 주둥이 깨진 화병 속 사랑 대신

하얀 국화꽃을 피워 하늘을 난다



                  2018-10-26 국화가 된 친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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