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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Nov 27. 2023

김장을 하면서 보이는 것들

강원도 김치에도 굴이 들어가요

강원도 외가에서 김장하는 아들


지난 주말에는 강원도 처가로 김장을 하러 갔었습니다. 몇 달 만에 처가를 방문하니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너무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더 자주 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4시간 운전이 쉽지 않네요. 손자손녀는 우리 집만 데려왔네요. 아이들의 애교에 모두 즐거워하시니 그 또한 감사했습니다. 


금요일 밤에 서울에서 강원도로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서울 빠져나가는 길만 1시간이 걸리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갈 수 있었습니다. 갈 때 걸린 시간은 총 3시간 30분. 막히는 부분이 거의 없던 운전이었습니다. 다만 밤운전은 눈이 참 피로하더군요. 라식 수술 이후 빛 번짐 현상으로 야간 운전이 비교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김장을 하는데, 저희는 70포기쯤 하기로 했습니다. 장모님과 세 자녀들이 나누니 총 네 집 분량입니다. 절인 배추를 구매해서 김장을 하면 좀 더 편할 텐데 처가는 절인 배추는 신선하지 않다고 직접 기른 배추와 구매한 배추를 섞어서 김장을 합니다. 절인 배추는 며칠 묵은 배추라 냄새가 좀 난다고 하시더군요.


김장에 들어갈 양념의 간을 확인하는 일은 장모님의 역할입니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새우젓갈, 액젓, 간장, 물, 파, 쪽파, 고춧가루 등등의 정체불명의 양념을 추가하시며 만들어가시는데, 그렇게 큰 통의 양념을 다 털어 넣으시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맛을 보시고 싱거워~ 더 짜야해~ 뭘 더 넣어~ 코치를 하십니다.


김장을 하는 과정은 이번에도 다시 느꼈지만 개그 콘서트를 방불케 합니다. 여러 사람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우선 각자 자기의 김치통을 채웁니다. 자신의 집으로 갈 김치통에 채우는 김치는 실하고 큰 놈으로 양념을 잘 버무려서 골라 넣습니다. 굴은 많지 않아서 일부 김치에만 들어가는데 그것부터 김치통에 들어가게 하려고 모두 힘씁니다.


그 과정에서 장모님은 감독하시면서 큰 아들 집에 갈 김치통에 넣을 좋은 배추를 고른다고 분주하십니다. 그걸 바라보는 딸들은 왜 오빠네 김치를 그렇게 골라 넣느냐고 항의합니다. 그러면서 두 딸도 좋은 배추를 선점하느라 분주히 배추를 골라냅니다. 그리고 불만을 입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눈짓으로 서로 바라보며 입을 삐죽입니다.


그러면 장모님은 어이구 이 녀석들 보게나 하면서 불평을 하시고 장인어른에게 눈짓으로 황당하다고 구시렁대십니다. 배추가 줄어들 때마다 창고에서 실어 나르는 역할을 맡은 저는 모든 사람의 행동이 다 보이는 위치에 서서 대기하는데 이거 참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싸움이 벌어진 적은 한 번도 없는 화목한 가정이지만 각자 자기네 집에서 애들을 먹여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약간의 밀당과 투덜거림은 항상 존재하는 김장하는 날입니다. 


김장을 끝내면 장인어른이 삶아놓은 돼지고기에 갓 담근 김치를 쭈욱 찢어서 늦은 점심식사를 합니다. 게다가 바다 바로 옆이라 회도 시켜서 수육과 같이 먹으면 정말 꿀맛이죠. 유치원생 막내딸은 수육이 가장 맛있는지 정신없이 냠냠거리며 먹습니다. 아들은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쫄깃한 회를 먹느라 손이 쉬질 않네요.


아들은 김장 체험을 해보겠다고 고무장갑을 끼고 배추를 치대기 시작합니다. 자그마치 9개나 배추를 김치로 만들었다고 즐거워하네요. 작은 김치통에는 자기가 만든 김치가 반이라고 자랑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귀엽습니다. 막내딸은 유치원생이지만 사실 오빠보다 김치를 더 잘 먹습니다. 맵다고 침 흘리면서도 김치 달라고 조르는 모습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김장의 풍경은 노동이 들어가지만 사실 매우 아름다운 가족들의 행사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입니다. 사랑해요 모두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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