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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Jan 16. 2024

3년 전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하는 사람?

기억할 필요 없는 것들

image from unsplash+


어떤 것들은 유독 오래 기억이 남습니다. 하지만 3년은커녕 1년만 지나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크게 가치가 없는 것들도 많죠.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에너지를 어디에 많이 사용하고 있나요? 멀리 봤을 때 크게 의미 없는 것에 너무 몰두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회사에 다니던 시절, 우리 팀의 KPI는 팀장인 제게 생명과도 같았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목록을 살피고, 주간 미팅 때마다 강조하고, 주간 업무보고서를 쓸 때 그에 대한 내용을 녹여내기 위해 워딩을 조절했습니다. 은퇴한 지 2년. 단 한 개의 KPI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시에 그렇게도 필수불가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마치 세상이 온통 거기에 좌우되듯 말하고 다니던 그것이, 그걸 달성하면 축배를 들고 커리어 하이라고 축하할 듯했던 것들이, 지나고 보니 그냥 하루의 일상이었을 뿐입니다. 


도리어 기억에 남는 것은 특정한 미팅을 통해서 바이어를 만족시켰다거나, 전시회에서 중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거나 하는 추억입니다. 같이 일하길 감사하다고 생각되는 능력자 동료와 목소리만으로도 짜증이 나던 직원도 기억이 나는군요. KPI보다는 일 속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게 더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NO라고 거절당한 사건. 이런 건 기억에 오래 남을 수도 있죠. 하지만 필사적으로 내 기억에서 삭제해야만 하는 종류의 사건입니다. NO라는 것은 사실 어떤 사람의 의견일 뿐인 거 아시나요? 결정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악의 결론인 걸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은 최소한 결정이 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지금은 너무 바빠, 애들이 좀 더 크면, 이런 말은 결정이 없다는 말이죠.


NO라고 답하는 사람은 물어보는 사람이 얼마나 진지한지 떠보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살짝 다른 각도로 물어봐주길 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요청이라면 거절을 당해도 몇 번은 더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스토킹 하듯 감정을 고백하는 걸 제외하고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NO를 들었던 기억은 이제 멀리 치워버리세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옷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냥 입어서 편하고, 너무 낡아서 구멍이 나지만 않으면 됩니다. 마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매일 비슷한 옷만 입고 있어요. 생각해 보면, 1년 전 회사의 중요한 디너파티에 입었던 옷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나요? 아니면 친구의 생일파티에 내가 입었던 옷의 브랜드나 디자인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나요? 


깔끔하게 옷을 입고, 맵시 있게 옷을 입는 것은 훌륭한 일이지만, 매일 다른 옷을 입기 위해 매달 옷을 구매하고 몇 시간이고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화장실을 차지하는 것은 전혀 멋지지 않은 일입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그 옷차림과 머리를 하고 만날 사람을 조금 더 먼저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무도 1년 뒤에 당신이 오늘 모임에 무엇을 입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불킥의 상황은 정말 오래 기억이 나죠. 쪽팔림의 순간은 정말 어마어마한 충격이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실수를 합니다. 착각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고, 욱하는 마음에 말이 먼저 나가기도 하고, 혼잣말을 너무 크게 해버리기도 하죠. 그렇게 난처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해도 사실 사람들은 그걸 오래 기억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만이 그걸 오래도록 가슴 깊은 곳에 보관하곤 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당신이 무얼 입든,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실수를 하든. 심지어 친구들과 가족들마저도 1년 전에 당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므로 쪽팔림에서 자유롭게 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즐기는 사람으로 변화되길 원합니다. 헛발질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 어서 일어나시길 기원합니다.


나이를 잊어버립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사회에서는 아무도 나이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고3이면 19살이지만, 그 이후에는 나이에 맞는 어떤 학년이나 상황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30살에 다시 대학을 갈 수도 있고, 20살에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80살에 세계일주를 시작할 수도 있으며 70살에 새로운 언어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몇 살인지도 가끔씩 헷갈리는 판국에 아내의 나이는 더 헷갈립니다. 우리나라는 나이에 대한 높낮이를 형님, 동생, 누나, 언니 이러며 확립하기에 누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 적다는 기억 할지 몰라도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팩트는 나이는 절대로 거꾸로 가지 않으며 누구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것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지금 내 나이가 몇 살인데 그걸 하느냐고 말하지 마세요. 무얼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건 없습니다. 아이와 같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세요. 그럼 더 늙지 않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겁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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