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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무 May 23. 2024

아빠가 아들을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들의 자전거 사고

Photo by Jonny Kennaugh on Unsplash


사실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저와 동생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에 대한 본보기가 부족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1940년대에 태어난 저희 아버지는 대부분이 그렇듯 생존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집안의 일 보다는 회사의 일이 항상 우선이었지요.


거의 무일푼에서 시작했지만 덕분에 비교적 풍요로운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존경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정말 어찌나 그렇게 작은지 신기했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나 이제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뭔가 물어보면 눼~~~ 하고 잘만 대답합니다. 아장아장 걷더니 어느새 아빠보다 키가 커졌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맞아요. 자녀는 초등학생 때까지만 내 아이이고 그 후로는 자기가 알아서 크는 거라고. 내 품에 아이가 아니라고.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려고 하면 아이는 이젠 반항을 합니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고. 몇 번을 싸우고 혼내고 반항한 뒤에는 손을 놓았습니다. 이제 싸우지 않고 그냥 바라봐 줍니다. 그래야 다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아이들이 더 성장해서 자립하려면 이러저러한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의 미래에,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생각합니다. 이러저러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사랑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보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저와 아내를 비교하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부부는 확실히 공감 능력의 차이가 있음을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다치고 아픈 것에 대해 둔감한 편입니다. 아프면 병원 가면 되지. 약 먹으면 되지. 영구히 장애가 남는 수준의 사고를 제외하면 큰 피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어디에서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극한 현실주의일까요? 아니면 약간 아픈 수준으로는 그냥 쉬면 낫는다는 부모님의 집안 가풍 때문일까요?


최근에 아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여기저기 까지고 머리를 부딪혀서 정형외과를 가봐야겠다고 말을 합니다. 아내는 호들갑이 대단합니다. 어머어머. 다음날에도 괜찮은지 여기저기 만져보고. 약 발라주고. 출근하면서 정형외과 가는 택시 불러다 주고.


저는 조금 시큰둥합니다. 병원 가보면 되지. 자전거 탈 때 조심히 탔어야지! 먼저 병원에 가 있으면 내가 막내 학교 데려다주고 돌아오면서 병원에 들러 의사 선생님과 상태 확인할게. 말이 곱게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말하기를 그쳤습니다. 속상했습니다. 정확히 뭐에 속상했는지는 몰라도.


이번 사고로 자전거를 탈 때 더욱 주변 상황에 주의를 집중하는 습관이 강하게 장착되길 원합니다. 나중에 자동차 운전을 할 때에도 주변 상황을 늘 확인하면서 방어 운전을 해야 더 큰 사고가 나지 않을 테니 좋은 교훈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이러면 사랑이 아닌 건가요?


사랑의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누군가 힘겹게 몸부림치고 있을 때 그를 지원하고 옆에 있어 주어야 한다는 글을 얼마 전에 읽었습니다. 꽃바구니, 초콜릿, 섹스, 데이트, 이런 건 사랑이 아니라 로맨스라고 하더군요. 


공감 능력이 지하를 뚫고 들어간 제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괜찮냐고 더 자주 물어볼 것을 다짐합니다. 이런 사고를 통해 배우는 것도 배우는 것이지만, 먼저 아들 자체에 신경 써주고 그의 안전을 배려하는 말을 더 사용해야겠습니다. 아들이 하루빨리 목 주변 근육이 풀리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의 결론: 공감 능력 뛰어나신 분들 참 부럽습니다. 부족한 저는 더 노력해야 할 듯합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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