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vin Seo 서승교 Aug 11. 2020

공감은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이 되어야 시작됩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는데요. 각 프로그램마다 특성이 있겠습니다만, 한 가지 공통점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던 "문제 강아지" 혹은 "문제 고양이"를 소개한다는 점이고, 또 전문가가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죠. 그리고 애완동물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전문가들은 이미 스타급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들도 몇몇 생각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네요. 


이 애완동물 행동 교정의 과정을 디자인 싱커의 눈으로 바라보면 좀 더 흥미롭습니다. 방송에서는 애완동물이 일으키는 많은 문제 행동들이 소개되는데요. 그 문제 행동의 원인은 대부분 주인과 애완동물과의 교감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이 애완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한 여러 행동들이 애완동물의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문가는 이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통해 애완동물의 행동을 교정시킵니다.  일반인인 애완동물 주인과 애완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애완동물 주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기르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반면에 전문가는 철저하게 강아지나 고양이의 입장이 되어 본 이후에 그들의 행동을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 불독이 가진 울퉁불퉁하고 주름진 살을 주인은 애정의 표현으로 주무르지만, 정작 불독은 피부가 예민하고 약해서 싫어한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는 불독의 반응을 관찰하고 주름진 살을 주무르는 대신 이에 맞는 애정 표현을 합니다. 


특히, 전문가가 강아지의 반응을 관찰하는 모습은 디자인 싱킹에서 고객을 관찰하는 그것과도 닮아있습니다. 강아지의 짓음 뿐만 아니라 꼬리 모양, 고갯짓, 달려들기, 마운트... 등등을 함께 살피고 숨은 의미를 알아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싱킹에서 인터뷰뿐 아니라 경험이나 관찰까지 한 이후에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는 것과 유사해 보이지 않나요?


결국, 애완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들이 말도 못 하는 동물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의 바탕에는 동물의 입장이 되어서 느끼고 생각해보는 공감의 자세가 포함되어 있네요.  그런 면에서 이분들은 진정한 공감의 전문가로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우리의 일과 관련지어서 공감 문제를 생각해 보도록 하시죠. 


디자인 싱킹이 주로 최종 사용자(End User)의 Needs와 Pain point 파악에 집중한 리서치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디자인 싱킹의 활동을 B2C 산업, 그중에서도 신제품, 서비스, 사업 개발 관련 업무 국한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고객이 존재하기 때문에 디자인 싱킹의 커버리지는 이보다 넓습니다. 즉, 고객이 존재하는 영역이라면 어디든지 디자인 싱킹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죠.  


최종 사용자 고객을 제외하면 크게 기업 고객과 내부 고객이 남게 되는데요.  쉽게 말해 기업 고객은 B2B 산업의 클라이언트를 의미하고, 내부 고객은 회사 내의 상하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 고객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특징은 대부분 일방적 관계라는 점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면 을인 회사가 이를 들어주고, 상사가 지시하면 부하 직원이 따르는 관계이죠. 그리고 을 회사나 부하 직원의 대부분은 그들의 고객에 대해 슬프게도 좋게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 속으로는 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 발전하고 싶으면서도 말이죠. 하지만,  일부 을 회사나 부하 직원은 그들의 클라이언트 혹은 상사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들은 어떻게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아마도 이들은 앞서 말한 애완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들처럼 고객들과 충분히 공감하고 먼저 행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과 디자인 싱커의 공통점은 공감을 위한 행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들어주기", 와 "세심하게 살피기"라는 면에서 공통점을 갖죠.  고객의 요구 사항을 잘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행동이나 표정을 잘 살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필요하거나 불편한 사항들을 찾아내고 조치합니다. 이런 모습은 소위 "아부"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아부와 공감 행위의 차이는 아부는 생산적인 행위로 이어지지 못하고, 공감은 직접 적고 생산적인 문제 해결 행위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또한 클라이언트나 상사에게 낮은 자세를 취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부는 마음을 사기 위한 행위이지만 공감은 서로에게 더 나은 가치, 즉 생산성을 높이는데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종 사용자 고객들도, 기업 고객들도, 그리고 내부 고객들도 그들이 충분히 공감받고 있다고 느끼는 때는 그들에게 필요한 가치가 제공되었을 때입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요구 사항 들어주기"는 충분한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0" 가치 이기 때문이죠.  돈을 지불하는 기업 고객 입장에선 돈을 지불한 만큼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고 추가 가치에 대한 증감이 없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기업 고객들 스스로도 몰랐거나, 요청하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것인데 추가되는 가치는 그들 입장에서도 "+" 가치이고, 이를 제공받았을 때 공감받았다고 여기게 되죠. 이것은 일을 요청받은 것보다 일을 더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공감을 기반으로 기업 고객이나 내부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불편함은 쉽게 느끼지만 그 원인이나 해결책은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을 회사를 쓰거나 지시하는 것이죠. 이들이 가진 불편함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솔루션을 만들 능력이 있는 여러분들은 보다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기업 고객, 내부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공감이 중요하며, 공감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잘 들어주는 것', ' 기분 상하지 않게 맞춰주는 것'을 넘어서 그들 요구의 원인을 잘 살피고 해석해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공감의 목표이고 완성인 것입니다. 


<사진 #1> 동네 뒷산 입구에 있는 먼지떨이 장치입니다.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먼지가 옷에 많이 붙는데 이를 털어내기 위한 장치이죠. 등산객들의 요구가 있어서 만들어진 장치인지는 몰라도 등산을 해본 경험이 있는 담당자도 공감했기 때문에 설치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동네 뒷 산인데 이런 게 있을 줄 몰랐다가 발견한 사람이라면 더 반겼을 것 같네요. 

<사진 #2> 동네 도로 한편에서 발견한 행인용 냉장고와 천막입니다. 무더위에 지친 행인들을 위해서 구청에서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텐트 안에는 냉장고가 있고, 그 안에 얼린 생수와 체온을 낮추기 위한 냉찜질 패드가 들어 있습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요. 이 또한 무더위 속 행인들과 공감을 이루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나는 행인으로써 반가웠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전에 고객이 되어 보세요. 


++ 공감의 완성은 추가되는 가치에 의해 고객이 판단합니다.


이전 11화 심도 깊은 고객 니즈의 이해는 혁신을 리드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