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의 인생 2막 성장 스토리
요즘 몸이 말이 아니었다.
우선 살이 갑자기 5킬로가 쪄버렸고 평소 먹던 것보다 양을 아무리 줄이고 운동을 해도 100그람 빠지는 게 쉽지 않았다. 빠진 근육은 3킬로 정도 되고 그 자리는 체지방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고 체지방 수치 역시 본적 없던 수치였다.
근육을 잡기 위해서 열심히 근력운동을 하는 중인데 손가락은 이전에 망가져버렸고 이놈의 무릎이, 어깨가, 팔꿈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근력운동도 유산소도 해야 하는데 아픈 관절을 부여잡고 참고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살은 고사하고 점점 망가져가는 관절에 몇 개월을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다.
그리고 살이 찌기 시작한 즈음부터 혈압이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하고 고혈압 2단계까지 혈압이 치솟았다. 혈당도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본적 없던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
잠을 자다가 깨는 건 원래 그런 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한번 깨고 나면 다시 잠들 수 없었고 잘 때 온몸이 땀에 젖어 깨기가 일쑤였고 땀을 흘리다가 갑자기 오한이 들어서 옷을 껴입다가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몸의 변화들과 본인 결혼을 앞둔 전 남자 친구의 뜬금없는 전화는 (받진 않았지만) 너무 스트레스였고 이젠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회사에서는 면접 연락조차 오지 않는 이 현실이 너무 우울했다. 그 사람은 그렇게 행복해졌는데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는 절망감에 이렇게 살면 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생의 벼랑 끝에 몰렸다는 절망감이 들었다.
정말 짧은 시간에 갑자기 변해버린 아니 갑자기 아픈 사람이 되어버린 내 몸은 내 정신까지 병들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결국 변해버린 나의 새로운 몸을 공부해야만 했다. 죽을 순 없으니 살려면 적응을 하던 고치던 해야 했다. 유튜브에 이런 증상들을 공부했더니 갱년기의 흔한 증상들이었다. 그리고 그 증상들에 관한 내용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여성 호르몬이 없어지면서 몸이 바뀐 거고 여성호르몬을 소량이라도 몸에 흐르게 한다면 나아질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얘기들이었다. 암이나 혈전의 위험들이 존재하지만 생각해 보았다. 그런 위험들 때문에 지금 이런 몸으로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를 생각해 보았더니 이건 아닌 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원인을 알게 돼서 다행이긴 했다.
근처 여성병원을 갔다. 선생님은 친절히 본인도 약을 먹는 중이고 좋은 효과로 스트레스 적게 사는 중이라고 용기를 주셨다. 단 유방초음파를 해서 문제가 없는 경우 복용해야 한다고 얘기하셨고 바로 초음파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달려가 초음파를 시작했다. 별일 없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별개로 내 가슴엔 알 수 없는 혹이 5개나 들어있었다.
하..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여성병원을 다시 달려갔다. 절망감에 선생님께 얘기를 드렸고 또 친절히 선생님은 본인도 혹이 있지만 호르몬 약을 목용 중이라고 또 용기를 주셨다. 대신 추적관찰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였고 2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를 꼭 찍고 검진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호르몬 약이 아닌 비호르몬약들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용기를 주셨다.
그래!! 결심했어!!
그날 바로 호르몬 약을 처방받아서 왔다.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을 먹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 시작되었다. 분명 이건 위약 효과임이 100 프로겠지만 요 몇 개월간 단 하루도 아프지 않던 날이 없던 손가락이 덜 아팠다. 뭔가 희망이 보였다. 어쩌면 이 모든 증상들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뭔가 희망을 찾았다.
내 몸은 점점 늙어가고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나쁜 쪽으로 새로운 몸이 되었지만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조금씩 나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광명을 찾은 거다.
그리고 정말 저 가슴속 깊은 곳에서 꿈틀꿈틀 뭔가 이 새로운 내 몸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켜야겠다는 새로운 결심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아닌 타인의 건강을 염려하며 살아왔지만 이젠 나를 위해서 살아야 할 때가 그리고 그럴 나이가 된 거고 그래도 되는 나이가 된 거다.
매일 먹어야 하는 복용약 알림을 설정하고 2개월 후 초음파검사일을 달력에 기입했다.
그리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열심히 운동을 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
뭔가 아무런 희망이 없던 삶의 의미도 잃어버렸던 내 인생에 작은 희망과 목표가 생긴 거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건강하기. 그리고 죽는 그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기.
정말 어쩌면 별것도 아니고 누구나 하는 그 쉬운 일이지만 그동안 나는 그 쉬운 것도 하지 않고 살았다.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건 평생 해온 일이지만 내 건강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항상 남을 위해서만 살아온 내가 나를 위해서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약을 먹고 검사를 하고 운동을 하는 거다. 어쩌면 폐경이 내게는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아 이건 좀 비약이긴 하다.)
그렇게 나는 인생의 2막 폭풍 같은 변화기에서 새로운 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
40대 인생 2막의 아홉 번째 버킷리스트는 나를 위해 건강하게 살다 죽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