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노력
나는 지금 전업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누가 보면 백수라고 할 수도 있겠지.
아니, 사실 나도 종종 나 자신을 그렇게 부르곤 한다.
“나는 지금 백수야.”
농담처럼 뱉지만, 가끔은 그 말이
내 안에 너무 깊숙이 파고든다.
그럴 때 문득, 이런 질문이 든다.
“나는 왜 지금 하는 일을
가치 있다고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걸까?”
오늘 그 답을 조금 알게 됐다.
나는 한 사람의 삶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완성해가는 중이다.
이보다 더 묵직하고 본질적인 일이 있을까?
그런데도
이 일을 ‘일’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목소리를 잘 알고 있다.
“하루 종일 애만 보고 뭐 하냐”
“요즘은 엄마가 일해야 아이도 엄마에게 자부심을 느껴”
“너도 이제 뭐라도 해야지”
그 목소리는 나의 엄마였다.
사랑이었지만 동시에 기준이었다.
그 말들이 내 안에 너무 오래 머물렀고,
너무 단단히 박혀 있어서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아이를 키워도
‘나는 그래도 일을 안 하잖아’라는 부정이 자꾸 끼어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말해보고 싶다.
나는 지금도 일하고 있다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수치로 표현할 수 없어도
매일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내고 있다고.
이건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삶을 함께 견뎌내는 일이고,
내가 감히 ‘가치 있다’고 말해도 되는 일이라고.
아마 나처럼
엄마가 된 후에도
스스로를 ‘백수’라 부르며
자기 존재를 깎아내리는 사람이 또 있을 거다.
그 사람에게, 그리고 내게
오늘 이 말을 조용히 건네고 싶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직함보다 묵직한 일이다.”
#2. 왜 SNS에는 "깨어있는 부모"에 대한 글만 넘칠까?
매주 금요일, 당신의 노력에 말을 거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