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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후니 Jul 05. 2024

‘우리 할배의 꿈’ 전자책 만들기

* 나도 이제 작가 데이

나는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할아버지 전자책을  등록한 유페이퍼 사이트를 들어가보았다. 들어가보니 ISBN이 등록이 되어 있었 고, 드디어 판매진행 중이라고 보였다.   

“와아~ 우리 할아버지 드디어 작가 되셨네! 크크크..”  

나는 기쁜 마음으로 할아버지께 전화 드렸다.  


“민수가~”  

“네 할아버지! 할아버지 책이 이제 공식적으로 사이트에 판매가 진행되고 있어요. 축하드려요~ 이제 이대봉 작가님 이시네요..크크크..”  

“허허허 그래 되나.. 내가 뭐 한기 있나? 우리 강아지가 다 해줬는데…”  

“아녀요. 할아버지가 쓰신 그 공책의 글들이네요.. 저도 읽으면서 너무 뭉클하고 감동적이었어요.”  

“팔십 다되어 가는 노인네가 푸념 늘어놓은 내용들이 많아서 쪼매 그렇긴 한 데.. 내가 살면서 후회하였던 삶, 보람 있었던 추억들이 남들에게도 쪼매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기라..”  

“네네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할아버지가 존경스럽습니다!”  

“허허허.. 나는 우리 손주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저 이번주에 내려갈께요. 병원으로 가면 되겠죠?”  

“… 민수야… 실은 할애비가 병원이 너무 갑갑해서 집으로 옮깄다 아이가.. 마 올라마 집으로 와야 될끼다..” “왜 집으로 가신거에요? 병원이 더 낫지 않으세요?”  

“아따 마 갑갑하다.. 소일거리도 좀 하고 해야 살 것 같아서..”  

“네.. 그러면 할아버지 댁으로 갈께요. 주말에 뵈요..”  

“오이야..”  

나는 할아버지와 통화를 종료한 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수가? 왠일이고?”  

“아버지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집으로 가셨다는데..”  

“아~ 그래 할아버지가 갑갑하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 단지 그 이유뿐인가요? 저 한 테는 숨기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음… 할아버지는 절대로 모르시게 하거라..”  

“네 물론이죠.”  

“네 할아버지는 이미 너무 심하게 전이가 되었고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의사선생님께서 물어보시더라 할아버지가 원하시는 데로 해도 무방하니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해드릴꺼냐고. 자신들은 더 이상 손쓸 수 없어서 차라리 남은 시간  마음 편히 계시도록 해드리는 게 좋을 거라고..”  

“아……”  

“민수야.. 아버지도 요즘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튼튼하셨던 분이셨는 데..”  

“흑흑… 결국은 안되나 보네요…”  

“그래..그렇단다..”  

“네 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이제 쉬세요..”  

“그래 너도 어여 쉬거라..”  

이제 할아버지의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어느덧 할아버지 아니 우리 할배가 가진 꿈은 이루어 드렸기에 다행스러운 생각과 함께 슬픔이 밀려왔다.   


‘할아버지의 작가인생은 이제 시작인데….’  

주말을 맞이해서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갔다. 댁에 가보니 아버지와 어머니, 삼촌과 고모들도 와 계셨다. 완전 명절 분위기였다. 이유를 들어보니 내가 할아버지  전자책 출간을 도와주신 것을 알았고 할아버지 전자책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서 각지로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다 모인 것이다.  


“와아~~ 우리 민수가 큰일 했네~!!”  

경찰서장을 하시는 작은아버지가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아참 우리 집 안은 할아버지의 영향인지 공무원들이 많다. 고모도 교육 공무원이고 숙모는 행정 공무원, 작은아버지는 경찰 공무원이시다. 우리 아버지만 사업을 하신다.   

“아니에요. 할아버지께서 평생을 들여서 쓰신 글들을 저는 그냥 옮기기만 했어 요. 할아버지가 이미 책을 만드신 거에요..”  

“아이고, 우리 강아지가 얼매나 많이 도와줬는데.. 내가 다 알제..”  

할아버지가 깡 마른 얼굴로 힘 없이 웃으시며 나를 쳐다봤다.   

“아무튼 우리 할아버지는 이제 작가 십니다!”  

내가 공식적으로 선언 같은 말씀을 드리니 모두가 박수 쳤다!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셨다. 그 웃음은 내가 이때까지 할아버지를 뵌 것 중에  가장 환한 표정이셨다.  할아버지가 눈으로 감사인사를 내게 하는 게 느껴졌다.  

'고맙데이~ 민수야~ 내 꿈을 이뤄줘서..’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감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분위기를 확 돌리는 센스 넘치는 우리 작은아버지.  

“근디 아부지, 책 제목이 뭔교?”  

“허허허 ‘고맙수다! 이대봉이 인생 잘 살다 갑니다’ 아이가?”  

“……”  

가족 전원이 마치 짜기라도 하듯이 침묵을 하였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이유는  모두 같을 것이었다.  한바탕 가족 잔치를 하고 선 작은 아버지네와 고모네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셨 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는 할아버지 댁에 묵기로 하였다.   


“할아버지 몸은 좀 어떠세요?”  

나는 너무 걱정되는 마음을 감추고 은근슬쩍 여쭤 보았다.  

“아… 쪼매.. 쪼매 안좋다..”  

‘아~ 할아버지는 이때까지 사시면서 단 한 번도 안 좋다는 표현을 하신 적이 없으셨다. 괜찮다거나 다 좋다 거나 안된다.. 정도..’  

“네네.. 이제 책도 나왔으니 기분 좋게 지내시면 좋아지실 거라고 믿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쿨럭.. 쿨럭.. 쿨럭..”  

잔기침이 많아 지셨다.  


‘흐읍..흡…’  

갑자기 할아버지가 호흡이 가빠지시면서 옆으로 누우셨다.  

“아버지~~!!!! 빨리 좀..~~!!”  

나는 급박하게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는 옆방에서 할머니 랑 대화를 나누시다 가 긴급하게 거실로 달려 나오셨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여보 빨리 119…119!!!”  

“네!!” 

어머니가 신고한 후 응급차가 도착하는 동안 할아버지의 호흡은 더욱 거칠어지고 가빠지셨다.   

‘할아버지이~~’  

할아버지를 싣고 가는 구급차에 내가 동승하기로 했다. 가는 내내 거친 숨을 몰 아 쉬시는 할아버지 옆에서 구급대원께서 말씀을 계속 시키시라고했다. 의식을  잃지 않도록. 그래서 나는 계속 할아버지를 연신 불렀다.   


“할아버지.. 안돼요.. 아직은.. 안돼요.. 저를 보세요..”  

“흐읍……흐흡…”  

“할아버지…. 저를 제발 저를..”  

구급차가 신속하게 병원 응급실 정문에 정차했고 응급실로 이송했다. 응급실 앞에는 연락을 받은 작은 아버지네랑 고모네 사촌들이 모두 와 있었다. 할아버지의  호흡은 더욱 더 희미해지고 있었다. 나는 너무 두려웠다.  응급실에 들어간 후 몇 명의 의사들이 가운을 입으며 응급실로 뛰어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고모를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은 모두 대기실로  나와있어야 했다.   


‘아 제발..신 이시여.. 이렇게 데려가시면 안 돼요.. 아직 해드릴 것이 더 있어요.. 단 몇 년 만이라도 아니 단 몇 달 만이라도 더 주세요..’  

“민수야~~ 민수야~~~”  

아버지가 황급히 내 이름을 불렀다.  

“네 여기 있어요 아버지!”  “너 빨리 들어와 봐라. 할아버지가 너를 찾으시는 것 같다. 빨리!”  

“네네!!”  

나는 정신없이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의식이 거의 없으신 할아버지가 내 눈앞 에 누워 계셨다. 희미한 호흡만 하고 계신 듯하다. 눈은 감고 계셨지만, 자세히  보니.. 

‘아니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의심이 되지만..’ 

살짝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으신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 이신 것 같습니다. 가족분들 잘 들으세요. 말씀을 못하시더라도  어떠한 신호라도 잘 보셔야 합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시고…”  

의사가 계속 마지막이라고 한다. 갑자기 화가 치밀었지만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 어서 다시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힘을 내신 건지 손을 본인 셔츠 왼쪽 호주머니에 얹으셨다. 힘없이… 마치 마지막 힘인 것처럼…  


“민수야 할아버지 저 동작이 어떤 의미 같은데.. 저 호주머니 한번 봐 보거라.”  

“네네.. 할아버지 저 한테 주시는 이야기 시죠. 제가 이 호주머니 안을 잠시 볼 께요..”  

호주머니 안에 손을 넣어서 보니 예전에 내가 드린 휴대폰이었다. 미처 못 쓰신  글이 있으시다면 클로바노트를 활용해서 음성으로 기록하면 텍스트로 저장된다고 말씀드렸던…  

“아버지 이거 할아버지께 제가 드린 음성 녹음 휴대폰이에요 아마도 여기에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고 싶으신 내용들이 있을지 몰라요..”  

아버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심박동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제 진짜 마지막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임종을.”  

의사의 말이 귓전을 때리는 동안 할아버지의 양쪽 팔이 침대아래로 서서히 늘어 뜨려졌다.   


“할아버지이~~~~~~~~~~~~~~”  

‘뚜우-------------’  


나의 절규와 거의 동시에 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모든 가족들이 할 아버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주변 다른 환자분들의 보호자들도 주변에 와서 할아버지의 죽음을 같이 애도해주었다.  할아버지가 남기시고 간 흔적은 너무나 컸다. 나한테는.. 할아버지의 생애에 중요한 기록들과 경험, 추억들을 글로 옮긴 모든 내용들을 내가 읽었기에 마치 할아버지의 인생을 같이 산 것 같았다.  장례식을 치르고 정신없이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말씀하신 대로 화장을 하여서 납골당으로 모셨다. 할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묘지 세운다고 좁은 땅덩어리에 묘지 같은 거 세우지 마라. 그 땅은 다른  소중한 누군가에게 논이고 밭이 될 수 있고, 등산을 하는 여행객의 쉼터가 될 수  있으니까.. 난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보내주레이..”  

내가 한사코 반대하였지만, 아버지는 유언이시기도 하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하셨다. 화장이 끝나고 납골당으로 옮겨지고 간소한 마지막 장례를 진행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드렸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아니 할배 작가님!”  

그리고 납골당 앞 문구는 이렇게 붙였다.  


‘고맙수다! 이대봉이 인생 잘 살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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