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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Nov 05. 2018

그리움에 대하여

주어진 역할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며 사는,
어느 시절.. 어느 시점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 그리움 이란 감정은
잊고 지냈던 시간의 몇 곱절을 더한 크기로 다가와 

차가워진 이성을 무력하게 만들고 뒤 흔들어 버린다.

마음의 깊이가 어느 만큼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그 속 어딘가로부터 뜨겁게 차오르는 흐느낌은 

순식간에 콧등을 지나 눈물이 되어 주륵흘러 내리고
그간의 참았던 고됨의 설움까지 더해져

몇 겹씩 걸쳐 입은 품위도 권위도 잊은 채

볼품없는 훌쩍임이 기어코 입 밖으로 새어 나와 버린다.


모양새는 우습기 짝이 없지만

이 순간은 솔직함이며, 어린날의 순수함이 아닐는지..


그리움이란
뜸 들이는 쌀알들이 익어가는 냄새이고,
만져주고,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이며,
반갑게 맞아주는 입가의 웃음이며,
애틋하게 바라보는 눈빛의 촉촉함이어라.

보고 싶다고..
함께 있자고..
가지 말라고..


지난 일이고, 어렸기에 어리석고 한심한 일이었다고
지금에 와서 왜 청승이냐고 대뇌이고 말해도..

소멸되지도 않고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사는 것이 힘겨울 때 한바탕 울어내라고 
툭 튀어나와 도와주는 미워하지도 못 할 기특한 상처.  


사는 날 동안  
그리운 마음 꺼내어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는지 

알지도 알 수도 없지만 짐작컨대 손가락에 꼽을 만큼이 아닐는지..


마음속 묻어두고 감추는 것쯤이야 누구나 갖고 있을 능력이겠지만

꺼내어 표현하는 기능은 점차 퇴화되는 감정억제의 시대라 

TV 속 노인의 그리움에 관한 짤막한 고백은 존경이고 감동이며,  
진액 같은 사랑의 가르침이더라.

생각하면 그립고, 그리워서 아픈 기억이겠지만
그 덕분에 밀려드는 폭풍 같은 감정들이 휩쓸고 지나가면 
비 온 뒤 개인 가을날의 하늘처럼
더없이 시원하고 홀가분한 시간을 선물하기 마련이라..


미워만은 할 수 없는 
아픈 날의 기억들을, 그리움의 서글픔을
오늘도 사랑하며 다시 덮어 깊숙한 그곳 어디로 보내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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