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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Jun 19. 2024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산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산다는 것은 없다. 나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 생각엔 그런 낭만은 없다. 다만, 내가 하는 일이 즐거울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게 내가 원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령,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뮤지션이 저작권이나 공연 수익으로 먹고 산다고 하자. 그렇다고 그 음악이라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비지니스는 타인을 만족시켜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내가 중심이 될 수가 없다. 내가 중심이 되면 아집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 외의 것들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일라고 정의할 만한 상황은 안 되는 것이다.


인생은 원래 고통이다. 그 고통을 어떻게 잘 소화하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은 내가 원한 일이 아닌데라고 후회하기에 앞서 내가 아끼고 바라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가진 것에 감사함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나머지 시간에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그것이 바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싶다고 그것에 올인하여 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게 된다면 그 과정 또한 내가 원한 일이어야 한다. 그런데 오로지 달콤한 결과를 바랄 뿐이라면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좋아하는 대상이 명확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 외적인 나머지 것들에 본질이 희석되면 다시, 그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지 못한다.


분야마다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스포츠 선수는 상상하기 힘든 연봉에 계약을 하고, 연예인들의 몸값은 회당 몇 억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어느 뮤지션의 저작권료가 몇십억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가 그처럼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또한,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우리가 그들이 부러운 것은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업에 진심이냐보다는 재능을 바탕으로 노력한 대가로 평생 걱정 없을 부를 쌓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가 슬픈 건, 재능 없음에, 아직도 재능을 찾지 못했음에, 마땅히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노력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처럼 범인들은 그저 그냥 부러워하면서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된다고 나는 믿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나름의 방식으로 활동을 하면 된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것이고, 별 도움 안 되는 책을 읽는 것도 그런 것이고, 좋지 않은 음악을 만드는 것도 그런 것이다. 그저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더불어, 적당한 의식주를 거느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렇다고 나는 현재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붕이 되어 날 뿐 아직 그들 곁에 앉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내가 나 스스로 얼마나 내 삶에 진심인지를 아니깐. 좋아하는 일로 먹고 안 살아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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