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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넷플릭스] 중즌외상센터

by 랩기표 labkypy

최근 KAIST에서 자퇴한 학생 중 약 70%가 의대 진학을 선택했다는 통계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공계 최고의 인재들이 의학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명확합니다. 높은 소득, 직업 안정성,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사회적 지위. 이는 이공계 연구직의 불안정한 미래와 비교해볼 때 매우 인간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한편으로 이공계의 인재 유출과 사회 전체의 균형 상실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에 등장하는 백강현 교수는 이런 흐름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보여줍니다. 이미 부와 성공을 이룬 캐릭터임에도, 그는 생명을 구하는 자신의 업의 본질을 좇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히 직업적 성공이 아니라, 소명의식을 가진 삶이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중증외상센터>는 단순히 의료 현실의 어려움과 부조리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능력주의와 보신주의가 만든 결과를 여실히 겪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 법대와 육사 출신 엘리트들이 자행한 계엄 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오로지 경쟁에서의 승리만이 중요시되면서 협력과 타협이 사라진 결과입니다. 엘리트들의 유체이탈 모습이 이러한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와 대조적으로 백강현 교수는 생존과 성공을 넘어, 한 개인이 업의 본질을 좇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줍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람들을 영웅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이런 영웅은 개인의 열정과 헌신만으로 탄생하지 않습니다. 사회가 이들을 지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업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통해 뒷받침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안정된 미래만을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의 선택이 과연 우리를 영웅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백강현 교수처럼 업의 본질을 좇는 사람들을 영웅으로 떠받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https://youtube.com/shorts/2qb-asvn_BY?si=fsAIEMEcocQQ59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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