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지미르 말레비치 <제1 예비사단> (1914)
[명화와 역사] 27, 1차세계대전 ② 슐리펜 계획과 동부전선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시작된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유럽의 강대국들은 산업혁명이후 대량 생산되는 물건을 만들 원료공급지와 생산된 제품을 팔 시장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를 두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들이었다. 당시 가장 식민지가 많았던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독일은 항상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기 위하여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1차대전이 일어난 발칸반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전쟁이 많았고, 그래서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던 곳이었다.
발칸반도는 14세기부터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1878년 오스만 제국이 힘이 빠지자 이곳에 있던 세르비아가 독립을 하였고, 세르비아는 주변 슬라브지역을 하나로 합쳐 힘을 기르려 하였다. 하지만 190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차지해 버리자, 세르비아는 오스트리아에 불만이 많았었다. 그런데 이 황태자 저격사건을 이유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하였고, 같은 슬라브족의 큰 형님 러시아는 세르비아의 편에 서게 된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독일, 이탈리아와 ‘삼국 동맹’을 맺고 있었고, 러시아는 영국, 프랑스와 ‘삼국 협상’이라는 동맹을 맺고 있었다. 독일은 1888년 빌헬름 2세가 황제자리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었기에 삼국협상 국가들은 독일을 견제하고자 하였다. 어쨌든 러시아의 참전으로 삼국동맹의 동맹군과 삼국협상의 연합군이 전쟁에 참전하면서 세계대전으로 비약하게 되었다. 이중 삼국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는 중립을 지키다가 나중에는 연합군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반대로 영국과 친했던 터키는 초기엔 관망하다가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위해 동맹국편에 가담하였다. 또한 아시아의 일본은 영일동맹을 기반으로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독일의 아시아에 있는 군사기지들을 점령하였다.
동맹국에서 핵심인 독일은 서부전선에서는 프랑스와 동부전선에서는 러시아와 양면전쟁을 수행하여야 했다. 독일은 이미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1905년에 ‘슐리펜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었다. 이 계획은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전력을 갖추는 데에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최소병력으로 러시아를 막고, 그 사이 프랑스를 굴복시킨 후 군대를 돌려 러시아까지 굴복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래서 독일 병력의 12%만 동부전선에 배치하고 나머지 88%는 서부전선에 배치하여 단기 결전으로 프랑스를 점령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개전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슐리펜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가 예상보다 빠른 보름만에 예비군을 동원하여 40만명에 달하는 대군으로 독일 동부지역을 공격헸다. 독일군은 초기에 러시아군에 패배해 동프로이센 지역을 상실할 위기에 놓이기도 하였지만, 사령관을 교체하고 나서 탄넨베르크 전투에서 러시아군을 전멸시키다시피 대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독일도 전략적으로는 큰 피해를 입었는데 초기 러시아군의 기세에 놀라 서부전선의 2개군단의 병력을 동부전선으로 이동함으로써 슐리펜 계획이 전면적으로 틀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러시아의 절대주의 화가 말레비치는 당시 소집되었던 예비군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반독일 선전포스터를 디자인해 성공을 거두었다. 언뜻 보아서는 알아보기 힘든 그림이지만, 가운데 파란색의 정사각형은 얼굴이고 나머지 신체 부위와 격리된 파편들은 비전통적인 군사적 초상화를 구성하고 있다. 말레비치에게 있어 사각형은 육체와 영혼을 구체화하는 것이었으며 잠재의식이 아니라 직관적인 창조이고 새로운 얼굴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고 당시 소집되었던 수많은 예비군들의 불안한 모습을 표현하였다.
++ 카지미르 말레비치 (Kazimir Malevich, 1878~1935) <제1 예비사단 (Reservist of the First Division)>, (1914), 53.7x44.8cm, Oil on canvas with collage of printed paper, postage stamp, and thermometer,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