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by 김경희



살구나무



집 앞에 오래된 살구나무 한 그루 있다

잔소리하는 엄마 없으니

사방팔방 제 맘대로 가지를 뻗쳐

가녀리던 몸매가 방방해졌다

해마다의 삼월이면 가지마다

하얀 꽃 가득 피워내니

아가씨의 부끄러움 닮아 청초했다

지난겨울 전기톱 든 아저씨가

살구나무 가지에 손을 댔다

이쪽 어깨 댕강 저쪽 다리 싹둑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가지를 왜 잘라냈느냐 항의했더니

태풍에 잘 견디라고 정리한 것이란다

이왕이면 예쁘게나 다듬어 주지

선머슴 머리처럼 여기 짤동 저기 짤둥

모양은 그렇다 치고

다친 몸으로 어찌 꽃은 피우려나

마음 쓰며 애태우고 있었는데

봄의 향연에 기꺼이 동참하며

은은하고 화사하게 꽃을 피워냈다

노란 살구 대롱대롱 매달릴 유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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