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심이 언니

by 김경희


춘심이 언니




아들 딸 낳은 춘심이 언니

도시로 나온 지 칠 년 만에

전셋집으로 이사했네

언니는 전셋집도 좋았지만

딸들 시집가기 전

집 한 칸 장만하려

자꾸 허리를 졸라맸네

십 년 지나 내 집 생기자

언니는 하늘 날듯 좋아했네


기쁨도 잠시

어느 날 언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하루는 팔이 아프더니

하루는 말이 어눌해지고

몸에 힘 빠지는 날이 반복되었네

점점 심해져 병원 갔더니

의사가 루게릭이라고 했네

언니는 병원에서 처음 듣던 단어를

천천히 따라 해 보았네

루우게에리이이익


집에 있을 수 없게 된 언니

병원에 입원했네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언니

하루하루 병실에서 견뎌내다

봄볕 완연하던 춘삼월에

조용히 눈을 감았네


언니가 살던 집 대문에는

立春大吉 建陽多慶

하얀 종이에 쓴 먹글씨가

봄바람에 펄럭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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