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쓰는 아홉 번째 편지
까아만 숫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틈 사이에서
빠알간 숫자를 발견했습니다
뭐라고 콕 집어
선명한 이유는 없지만
빠알간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
무슨 생각을 하기도 전에
기분 좋은 미소가 번집니다
숫자들의 색이
아무 의미없던 때에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아무런 감정이 없이.
때로는 알 수 없는 화가.
밀려오곤 했었는데
검정과 빨강
단 두 가지 색 사이에서
감정의 파도가 쉽게 흔들리는
미소 짓는 나를 바라봅니다
검정과 빨강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이렇게 나를 바꾸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