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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Oct 08. 2024

여행 그 가치에 대하여..(금주 한 달)

여행 그 가치에 대하여..  (그리고 금주 한 달 달성)

이야기에 앞서...


이제 점점 과거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있습니다. 

현시점의 이야기에 도달되면 

현시점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기 위한 과정과 

금주일기를 위주로 글을 쓰려합니다.  


그리고 평일 9시 ~ 18시 본업을 하면서, 

앞서 며칠 나갔던 대리운전을 다시 부업으로 해 보려 합니다. 


돈이 목적은 아닙니다. 다만 느슨함을 좀 더 조으고 

저를 타이트하게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음 주부터 화 수 목 금 토, 오후 7시부터 새벽 1~2시까지 할 계획입니다.


월요일은 피아노 레슨을 받고 글을 쓰려합니다. 

일요일은 휴식을 취하고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으러 가려합니다. 


아마도 매일 올리는 발행일은 조정을 할 듯싶습니다.

월요일, 토요일, 일요일로 조정할 듯싶습니다. 


제 비루한 글과, 지루한 과거 이야기를 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한 달간 금주라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읽기만 하던 글을 쓴다는 행위로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제 이야기가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도 소소한 위로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나의 열세 번째 이야기.


군대를 전역하고 전국을 여행한 일은 

아직까지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추억으로 남아있다. 

주방에서 일을 시작하고, 여행을 제대로 가지 못했다. 


휴일이 일정하지 않았고 (없는 날도 부지기수였으니..), 

연휴나 공휴일은 우리에게는 더 바쁜 날이었다. 

남들의 휴무가 우리에게는 피크의 시간이었다.


때때로 가까운 거리를 일박 이일 정도 다녀왔지만, 

긴 일정의 여행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나는 동해가 좋았다. 길게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파도의 움직임,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끝없는 지평선이 좋았다. 


음식을 그만두고 난 후 

긴 칩거 시간을 끝내고 

그냥 생각 없이 떠났다.

 

옷 몇 가지를 챙겨 동해 바다를 따라 차를 운전했다. 

일부러 노래도 틀어보고 노래도 따라 불러봤다. 

창문을 열어 바다내음과 바람을 느꼈다.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다 보니 강릉이었다. 

강릉의 안목해변이었다고 기억한다. 

커피가 유명하다고 해 커피를 한잔 마시며 숙소를 찾았다. 

그냥 적당히 하루 머물 곳에 체크인을 하고 바다를 걸었다. 


지금도 마음이 괴롭고 견딜 수 없이 우울감이 몰려올 때, 

불안감이 끝내 공황장애를 일으키고 

과호흡이 올 때면 나는 걷는다. 

그때의 나도 많이 걸었던 것 같다. 


목적지가 없으니 계획도 없었다. 

계획 없이 다니는 걸 선호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즉흥적으로 뭔가 몸을 맡겼다. 

몸이 이끄는 대로, 순간 선택에 모든 걸 맡겼다. 


어둠이 가라앉고 해안가 상가들의 네온사인이 빛을 낸다. 

바다를 걸으며 여러 사람을 마주쳐 갔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또는 무리가 있었다. 

하나같이 즐거워 보이고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그 해변을 한없이 걷고 걸었다. 


그러다 한 횟집에 들어가 회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격이 사악했다. 그래서 기억이 더 난다. 

소주를 하나 시켜 회가 나오기 전 마셨다. 


운전을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하루종일 뭘 제대로 

먹지 않아서인지 한잔의 취기가 평소보다 강하게 올라왔다. 


회를 한점 먹고 한잔 마시고.. 바다를 그냥 하염없이 봤었다. 

취기가 올라오니 우울감이 잠시나마 자리를 비켜준다. 

대신 앞으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불안감이 올라왔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음식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단 한순간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주방이 아닌 곳에서 직장생활을 한 적도 없다. 

내가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것은 명확했다. 

음식 밖에는 없었다. 

분명 선배들도 만류했다. 

“칼 잡던 놈이 나가서 뭘 하겠냐.”

분명 맞는 말이었다. 


이력서를 쓰더라도 주방 이력밖에 없는 내가, 

28살이 되었다. 29살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주방에서 음식만 생각하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른 일은 없었다.  

‘뭐.. 두 팔다리 멀쩡하고, 주방에서 그 힘든 노동도 버텼는데 뭘 못하겠나..’


술이 한두 잔 들어갈수록 앞으로의 

진로에 관한 불안감보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올라왔다.

그냥 그 순간은 즐겼던 것 같다. 


낯선 해변이 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 순간에는 낯선 환경이 신선했다.  

앞으로 일을 머리에 지우고, 

그날 하루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즐겼다. 


옅은 숙취에 눈을 떴다. 

강릉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유명한 시장을 구경하기도 했고, 

맛집을 방문해 식사를 하기도 했다. 

굽이굽이 커브 진 산길을 운전하기도 했다. 


누군가 말했다. 노래를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고, 

목적지에 도착해 커피 한잔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운전이라는 게 매일,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기 위해 하기 위한 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맞춰 가지 않아도 된다. 목적지도 명확하지 않다. 

단지 듣기 좋은 노래를 틀고, 차 창문에서 들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고, 신호도 없고 차도 많지 않은 

한적한 산길을 달리는 기분. 


이해했다. 기분이 좋다. 드라이브를 나는 하고 있구나. 


며칠을 강원도를 떠돌아다녔는지는 모르겠다.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뭔가 조금의 에너지를 충전했던 것 같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 살던 오피스텔을 정리했다. 

당장 들어올 벌이가 없으니 지출을 줄여야 했다. 


다시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가겠단 말을 했을 때에도 

부모님은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늘 내 방은 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독립도 마무리를 했다. 


보증금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더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 낯선 문화.


보증금 일부로 왕복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스페인으로 향했다. 


왜 스페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끊었다. 

한 이틀정도의 숙소만 예약했다. 

뭐 잘 곳이 없겠나 싶어 계획도 짜지 않았다.

스페인 여행 관련 책 한 권만 들고

난 그렇게 짐을 꾸려 비행기에 올랐다. 


낯선 문화가 주는 그 생소함이 나의 오감을 깨웠다. 

좋았다. 설렘이 있었다. 

사람들은 친절했다. 

모두 약간의 미소를 띠고 여유가 느껴졌다. 

속내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사람들 행동 하나하나에 서두름이 없었다. 


휴대전화가 있으니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어디로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한인숙소를 잡아 도움과 정보를 많이 얻었다. 


바르셀로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여러 가우디 건축물,  몬주익 언덕, 

람블라 거리, 구엘공원 등을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최대한 걸었다. 


길거리부터 건물, 신호등 하나까지도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니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다. 

걷다가 힘들면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 앉아 맥주나 와인 음식을 먹었다. 

스페인 음식은 맛있었다. 

간이나 향신료가 적절하게 한국음식과 크게 괴리감이 없었다. 


낮에는 돌아다니고 해가 질 무렵이면, 테라스에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다음날 갈 곳과 길 일정을 확인했다. 

숙소는 최대한 한인운영 숙소로 예약을 했다. 정보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며칠을 바르셀로나에서 머무르다 비행기로 말라가를 향했다.

그라나다 그리고 론다, 세비아를 여행했다.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론다의 누에보다리, 세비아의 세비아성당과, 광장이 기억에 남는다. 


그다음 비행기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갔다. 

포르투갈 여러 곳을 여행했다. 

포르투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끝냈다. 

17일가량을 돌아다녔다. 


다음을 기약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와 며칠을 여행을 추억했다. 

그렇게 하루가 빠르게 흘러가더니 다시 일상의 영역에 

들어오자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아마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일상의 현실을 잠시 잊고 새로운 환경이 주는 낯선 설렘 때문이 아닐까 … 


그렇게 나는 잠시 현실을 잊기 위해 여행이 주는 

그 설렘에 중독이라도 된 것 마냥 다시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을 갔다. 

그렇게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을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했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낯선 환경이 주는 설렘에 충전을 했다. 

잠시 나를 내려놓고 오로지 걷고 먹고 마시고 경험했다. 

간단한 단어들과 문장으로 최대한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해봤다. 


아… 참 술을 안 마신 건 아니다. 

포켓에 술병에 위스키를 넣고 걸으며 조금씩 마셨다. 

약간의 취기만 필요할 뿐이었다. 

(낯선 환경에 혼자 있는 만큼 일정 부분 긴장 해야 했기에 적당한 취기만 느꼈다.)


일상의 무료함, 불안, 초조, 그리고 무료함과 

권태로움을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그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글을 쓰며 생각해 본다. 

나는 그 순간 그래도 제법 행복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충전을 했고,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진로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부록 : 나의 금주 일기)

24-10-08, 금주를 시작한 지 31일 (한 달 달성)


드디어 금주를 시작하고 한 달을 채웠다. 

맑은 정신을 유지했고, 술에 취한 채 보낸 시간을 

오감을 깨운 채로 오로지 받아들였다. 


유혹이 없지 않았다. 

매 순간 나의 이성을 유혹하고 또 유혹했다.

그럴 때마다 걷고 또 글을 썼다. 


취하지 않고 있는 장점을 생각했고, 취했을 때의 단점을 

다시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러다 보니 한주 한 주 지나갈수록 고통은 줄어들었다.


취기에 사로잡혀 있던 나를 조금은 건져낸 느낌이다.

혼자 취하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거의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한 취기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뿐..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공황장애는 

이따 금식 약이 잘 듣지 않을 때 찾아온다.

그럴 때면 고통이 동반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복용한다.


우울감이 걷어진다는 느낌은.. 아직 모르겠다. 

단지 어떻게든 미소를 지어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스스로 자책하지 않고, 칭찬을 하려고 노력한다.


술이 채웠던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지도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가장 큰 고민은 그것이었다. 

사진을 찍는 취미는 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을 생각해 봤다. 


악기를 배우기로 했다. 

피아노 레슨을 등록했다. 

 

그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될 때 한곡정도는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업으로 삼는 사람이니까, 

내가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진심을 더 알아주지 않을까 해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무의미하게 흐르기만 했던 나의 하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


앞날을 장담할 수 없지만... 

그리하겠다고 그 사람과 약속하고 스스로 다짐했다.


앞으로 또 한 달... 두 달... 그리고 세 달... 

그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불안정하게만 보이던 내가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라고들 한다. 

곧 저 지평선 너머에서 해가 밝게 드러날 것이라고 믿어 본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맑은 정신을 유지해 본다.





언제 갈 수 있을까... 

만약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지를 선택한다면 

유럽으로 가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많은 영감을 받았고, 에너지를 충전했었다.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웠다. 

그렇기에 설레었다. 

언젠가는 그 사람과 함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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