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로 가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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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한 동안만이라도
그대가 벌거숭이로 눈을 맞고 있을
겨울 동안만이라도
난 아픔의 설선을 거침없이 지나
힘들지라도
온 힘 다해 만년설의 높은 산을 넘어
그대 곁의 겨울바다에 가서
허위와 가식으로 얼룩진
거추장스러운 낡은 허물을 벗어던지고
천진난만한 알몸이 되어
그대처럼
내리는 눈을 맞고 싶다
그대를 마주보면서
내리는 폭설 아래에서 폭설 위에서
하얀 속살 서로 섞으며
뜨거운 사랑을 그대와 나누리라
그 때 난 아마도
순결한 그대처럼
하나의 섬으로
다시 태어날 거야
그래 한 동안
갑자기 다시 찾아온 혹독한
겨울 동안만이라도
그대가 벌거숭이로 눈을 맞고 있을
겨울바다로 가서
천진난만한 알몸이 되어 내리는 눈을
그대와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