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세상에 지친 나는 절망조차도 버려 버렸다
- 방훈
내 나이 아홉이었을 때
세상은 희망으로 가득 찬 곳으로 알았다
내 나이 열둘이었을 때
희망에 얼룩이 지기 시작했다.
내 나이 열다섯이었을 때
세상에 희망도 있지만 절망도 그만한 비율로 있다고 생각되었다
내 나이 스물 둘이었을 때
세상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내 나이 스물 하고도 다섯일 때
증오가 나를 지배했다
내 나이 스물 하고도 아홉일 때
무기력이 나를 지배했다
내 나이 서른 하고도 하나일 때
절망이 나를 지배했다
그 때 나에게서는 희망의 불씨조차도 사라졌다
이제 내 나이 서른 하고도 일곱,
세상에 지친 나는
절망조차도 버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