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슬픔으로 詩가 떨어진다
- 방훈
.
.
.
.
.
내가 쓴 詩같지 않은
詩를 보고 난 후에
친구가 내게 말했다
- 이게 詩냐?
그 녀석은 딱 잘라 말했다
- 그래 詩다
그 녀석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 하지 못했다
그 녀석과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알 수 없는 슬픔들이
술잔에 떨어지고 있었다
슬픔이 내리면 늘 그렇듯이
쓰디 쓴 소주를
몸이 이기지 못할 정도로 마시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길을 걸었다
- 그 녀석은 집에 잘 갔을까?
발걸음은 앞을 향하여 내딛었지만
광장의 시계탑에 걸린
내 그림자가
자꾸 나를 끌어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