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4 - 문득, 그냥
나여사 목소리를 들은지 며칠이나 지났지?
마지막에 나여사가 했던 말은 "아야!"라며 짜증을 냈던거였고..
내가 나여사 옆에서
"할머니 나즘 봐봐. 나 보여?"
"희배잖아. 희배즘 봐봐."
"할머니 이마에 뭐가 이렇게 많이 생겼지?"
"이렇게나 피부가 고운데 이런게 왜 생겼지?"
"할머니! 이마에 있는거 내가 하나 짰어!"
"아팠지? 근데 이거 짜기 쉽게 되어 있어서 짰어~^^"
라고 말 했을 때 들은 할머니의 웃음 소리와 표정은 생각만으로도 안도하게 되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고, 그립기도 하며, 불과 며칠만의 일임에도 많이 슬프다.
그리고 두렵다.
그 모습이 진짜 마지막일까봐.
이제는 내가 할머니한테 묻는 모든 말에 "응" 또는 "아니"로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이고 그 마저 못할 때는 고개 돌리는 것으로 싫다는 표현을 하는 것과 입을 꾹 다물고 아무것도 먹기 싫다는 표현을 하는 게 전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 모두는 우리가 할머니한테 묻고 우리가 할머니의 대답을 대신한다.
할머니가 떠날 준비를 하는 중인것 같아서 서글프고 그 준비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너무 속상하고 두렵고 무섭다.
요 며칠 잠드는 것도 두려워 잠 못 들고, 새벽에 화장실 가는 것을 핑계삼아 할머니 방에 계속 들락거리며 할머니의 숨소리를 듣곤 한다.
그제는 두 시간.
어제는 세 시간.
오늘은 지금 이시간까지도 잠이 안 온다.
자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든 사이에 혹여나 할머니가 떠날까봐 잠을 못자고 있다.
오늘은 할머니 이마에 입맞춤 해주며 영양제 섞은 주스를 내가 챙긴 만큼, 그 몇 숟갈을 다 먹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줬다.
왜 진작에...
할머니랑 대화가 되고 있을 때는 안 했을까...
왜 진작에...
할머니의 팔힘이 짱짱했을 때 내가 먼저 안아주지 못했을까...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아직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데..그렇게 지내는대도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은지 너무 오래 되었다는 것이 슬프다.
요양사님이 그러셨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말씀을 못하셔도 귀로 다 보고 들으시는거라고.
그 말을 믿는다.
그래서 할머니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해준다.
"할머니! 할머니, 검은머기 나! 나여사! 나여사 나이에 어떻게 검은머리가 이렇게나 쑥쑥나지?"
"할머니, 할머니 피부는 우리들 피부보다 좋다!"
"할머니 사랑해. 오늘 내가 먹여준 주스 다 먹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