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이 작품은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한강 작가의 소설들을 좋아하고 전작들을 대부분 읽었지만 그의 작품들은 비슷한 정서와 주제가 관통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시대의 비극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을 연장선 상에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강 작가가 이 사건을 다루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을 수도 있다. 작가도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구상하고 쓰려고 했던 것 같다. 2014년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처음 쓰기 시작했다는데 두 페이지 쓰고는 더 쓰지 못하고 2017년에 다시 집필을 시작해서 2021년에 완성했다. 그만큼 마음이 더 힘들어서일 수도 있겠다.
4.3 사건은 광주보다 30여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니 시기상으로는 앞서지만 진상규명은 더 늦어서 그만큼 한을 품고 살아갔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선과 그녀의 어머니,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 경하 역시 (아마도) 광주 민주화운동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는데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제주와 광주가 접점을 이루게 되기도 한다. 그 접점은 두 사람의 의기투합(영상화 또는 전시물)으로 형상화될 뻔했지만 경하는 그것을 잘못 생각했다고 생각하고 물러나려 하고, 인선은 오히려 더 몰두하게 되었다. 그 차이는 그 사건들로부터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가가 아닐까.
그러나 인선이 경하에게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은 단순히 새 때문만이 아니라 진실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는 부탁이기도 할 것이다.
제목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주인공들의 의지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작별하지 못한다'는 수동적 의미, 그리고 역사의 무게에 눌려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굴레 같기도 할 것이다. 내게는 후자의 의미로 더 다가왔다. 그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때를 잊지 못할 것이고, 그 때로부터 작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p.s. 한강 작가의 문체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다. 사실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3부로 되어 있는데 특히 2부의 내용이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