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후기

김지혜 <책들의 부엌>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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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파에 참여하기 위해 < 책들의 부엌>을 다시 읽게 되었다. 꽤 오래전에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독서기록을 보니 올해 5월에 읽은 책이었다. 아마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을까.


최근 이런 유의 힐링 소설들이 많다. 원래 일본에서 유행했던, 지금도 유행하고 있는 읽기 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인 듯한데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라노벨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소설에 가깝고, 그렇다고 해서 문학작품처럼 다가가기 어렵진 않다. 문학적 작품성은 우선적 고려대상은 아니다. (여담이지만 책 표지마저 비슷비슷해서 제목을 제대로 확인 안 하면 다른 책을 집어 들기 십상일 것 같다)


사실 베스트셀러에 이런 책들만 올라오는 것이 좀 씁쓸하긴 하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골치 아픈 것들을 책에서까지 읽으려 하지 않고 감정소비를 하고 싶지 않은 독자들이 타겟층일 것이고, 또 이런 책들이 잘 팔리니 계속 나오겠지.


그러한 책들이 많다 보니 다 비슷비슷하고, 갈등 요소는 쉽게 풀어지고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아니, 갈등 요소라는 게 있었나 싶다.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비슷한 정도의 감정들, 고민들.


왜 굳이 시골에서 책방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유진은 언젠가 은퇴하면 고요한 숲 속에서 책에 파묻혀 살아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서른두 살에 소양리에서 북 카페와 북 스테이를 운영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유진이 소양리 땅을 사기로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케인급의 빡빡한 일정이 몰아쳤다. pp.10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은 평범한 개인에서부터 전문직, 연예인까지 다양하지만 그들은 모두 현재의 삶에 대해 회의와 불안을 갖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배처럼.


"어쩌면 막내 삼촌이 보낸 편지 일지 모른다고요. 천국에 있는 삼촌이 제게 편지를 썼다면 이렇게 말했겠죠. '소희야, 네가 진짜로 원 하는 게 뭔지 생각해 봐. 남들이 괜찮다고 말하는 거 말고. 인생은 생각보다 짧아.'라고요." pp.114
"적도 위쪽 세상에서는 북극성이 변치 않는 지표가 되잖아요. 절대적이고 변치 않는 기준처럼. 다들 그 기준을 따르는 게 정상적인 삶이라고 믿고 살죠. 그런데 적도 아래 세상에서는 정상의 기준이 다르더라고요. 호주 브리즈번의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전 생각했어요. 사막에 밤이 찾아와 길을 잃었을 때, 별이 이야기하는 방향은 각자 다를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눈이 내린 산속을 헤맬 때, 북반구에서는 북극성을 찾겠지만 남반구에서는 희미한 남극성을 바라봐야겠죠. 도넛이 중간이 동그랗게 뚫려 있는 게 당연하다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넛은 원래 구멍이 없는 빵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정상적으로 산다는 기준이 꼭 하나는 아닐지도 모르는 거라고요." pp.119
"반딧불이는 1년 중에 불빛을 내며 살아 있는 시간이 고작 해야 2주래. 열네 번의 밤 동안 빛을 발하다가 우주에서 사라지고 말지. 인생에서 진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그렇게 자주 있지 않다는 얘기처럼 느껴지더라... 우리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밤이 인생에서 열네 번은 될까?" pp.150


그럴 때 우연히 (대체로 우연히 들르게 되는 설정) 가게 된 곳이 소양리 북스 키친이고, 그곳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약간은 다른 선택,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원래의 방향에서 일탈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자극제가 되었다고 할까. 그러나 개연성보다는 억지스러움이 많다는 건 단점이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pp.233


책을 모티브로 했지만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좀 적은 듯하다. 책 자체보다는 그곳에 머무르면서 얻게 되는 것이 더 큰 듯.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도 대부분 읽어보았는데 대체로 추천할만하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도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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