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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May 28. 2024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첫 학기 소감

작가분들에게 직접 강의를 듣는다는 것

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후 어느 학교에 갈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국내 사이버대학교에 문예창작학과가 개설된 곳은 여러 곳이 있었지만 (학과명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나는 다음의 기준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1. 순수문예창작 쪽에 가까울 것

2. 한국어 관련 전공이 개설된 곳일 것

3. 교수진의 수준이 높을 것

4. 학교 평판 및 평가가 좋을 것

5. 등록금이 적절한 수준이며 장학 혜택이 좋을 것

6. 가급적 일반대학교와 같이 운영되는 곳


이 중에서 3번까지는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했고, 4~6번은 선택적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곳이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였다.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는 앞에 '미디어'라는 단어가 추가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커리큘럼은 순수문예창작 쪽에 가까운 편이다. 그래서 일단 1번은 충족하였다.


한국어 관련 전공은 한국어 문법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 들어가서도 교양과목으로 국어, 문법을 배웠지만 사실 한국어 문법이 까다롭고 어려워서 헷갈리거나 틀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글을 쓸 경우에는 문법과 어문규범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어 관련 전공이 있을 경우에는 관련 과목들을 교양으로 수강하기가 용이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어문법론을 한 학기 수강해 보니 역시나 다른 과 전공을 따라가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진의 경우에는 대부분 박사학위가 있으며, 본교인 경희대 대학원 출신들이 많다. 전공은 국어국문학이 많지만 다른 대학원 출신의 경우에는 문예창작 전공이 대부분이다. 또한 겸임교수나 초빙강사의 강의도 진행된다. 그래서 이론 과목과 실습 과목 모두 적절하게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빙강사나 겸임교수의 경우에는 해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번 학기에는 이론 과목을 위주로 들었고, 아마 다음 학기까지도 그럴 것 같은데 이런 이론 과목들은 국문학과의 수업 내용과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대체로 현대문학 (시, 소설, 비평 등) 위주이기 때문에 국문학 전반을 배우는 국어국문학과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시창작기초>의 경우에는 학과 교수님이자 시인, 번역가이기도 한 김기택 교수님께서 강의하셨는데 이 강의가 참 좋았다. 이론 수업이었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게 중간중간 시 낭송이나 해설도 있었고, 전반적인 난이도도 적절했다. 무엇보다 '진짜 시인'에게서 강의를 듣는 듯해서 좋았다. 뭐랄까, 드러내지 않아도 '나는 시인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셨달까. 시를 쓰는 법을 배우고 싶었지만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배운 것 같기도 하다. 시 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소설론>의 경우에는 정재훈 평론가를 초빙 교수로 하여 강의를 진행했는데 경희사이버대에서는 첫 강의라고 하셨다. 중간고사 전까지는 소설에 대한 일반적인 개론들을, 중간고사 이후에는 각 시대별로 시대상과 작가, 작품, 비평들을 톺아보았다. 정재훈 교수님은 소설로 등단한 작가이자 평론가이기도 해서 소설 이론뿐만 아니라 비평 쪽에서도 날카롭고 수준 높은 강의를 해 주셨다. 그래서 비평 쪽에도 관심이 많이 생기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는데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봐야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현대시인론>은 겸임교수인 최진석 교수님께서 진행하셨는데 원래는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계시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신다. 작년에는 '제24회 젊은 평론가상'을 수상하기도 하셨다. 이분의 수업을 듣게 된 것도 좋았다. 특히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대상과 주요 시인들의 삶, 작품들을 개괄하였고, 시학과 문예이론(사조)도 함께 설명해 주셔서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분들은 모두 현역 시인, 소설가, 비평가인데,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강의 자료도 직접 만들어 강의를 하셨다. 작가로부터 직접 강의를 듣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있다고 해도 일회성 특강이 대부분이고) 이렇게 정규 교육과정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다. 매 강의를 듣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교수님들께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 주셔서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LMS 상의 게시판을 통해서도 소통을 나눌 수 있었는데, 교수님들께서 친절하게 댓글도 남겨 주시고, 조언도 해 주셔서 비대면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또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대체 과제물들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좀 더 생각을 하게 하고 공부를 하게 하시려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사이버대라고 해서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




<한국현대문학사>는 학과 교수님이신 홍용희 교수님께서 강의를 진행하셨는데 김윤식, 김현 저 <한국문학사>를 교재로 해서 한 학기 분량으로 축약하였지만 그래도 내용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한국 근현대문학사를 다 아우르려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재인 <한국문학사>의 특징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알고 있던 한국현대문학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 성과였다. 아직 <한국문학사>는 다 읽어보지 못했지만 종강 후에 다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논술과 독서지도론>도 학과 교수님이신 이봉일 교수님께서 강의를 진행하셨다. 이것도 메인이 되는 교재가 있기는 했지만 그 교재 및 다른 참고자료들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 자료를 만드셨다. 대체로는 실무적인 내용들이었고, 특히 직접 학생들에게 독서와 논술을 지도할 수 있도록 강의가 구성되었다.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필수적인 과목이기도 하다. 나는 내 아이에게 독서와 논술을 잘 가르쳐주고 싶은 목표가 있었기에 이 과목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는 다를 것 같다. 이론적으로 배운 부분은 차후에 아이에게 적용해서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이 과목에서는 뜻밖의 특강들도 있었다. 다른 과목들의 경우에는 한 학기 커리큘럼을 다 소화하기도 버거울 정도였지만, 이 과목은 아무래도 좀 더 실용적인 쪽이라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봉일 교수님께서 그러한 쪽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계셔서 그렇기도 했을 것이다. "글쓰기의 역사""공부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진행된 특강에서는 인문학,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글쓰기와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다. 큰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논술이나 독서를 지도하면서 곁가지로 같이 알려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문법론>은 한국어문화학과의 홍윤기 교수님 강의로 진행되었다. 이 분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겸하고 계신다. (이렇게 본교와 사이버대를 겸임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이번 학기에 가장 애를 먹은 과목인데, 타 학과 전공이고 과목 자체도 어려웠지만 유일하게 시험을 보는 과목이어서 그렇기도 했다. 게다가 매주 과제가 있어서 더 그랬다. 하지만 그 덕분에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과목이기도 했고, 한국어 문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이 과목을 수강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목의 교수님 역시 LMS 상의 게시판을 통해 학생들의 질문에 열심히 답도 해 주시고, 학생들과 토론도 해 주셨다. 교수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학생들과 소통을 잘하려고 하시는 것 같다.


다음 학기에는 <한국어 어문규범>을 수강할 예정인데 어떤 교수님께서 강의를 하실지 궁금하고, 또 얼마나 까다로울까 싶다. 하지만 어문규범 역시 글 쓰는 사람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지식이기에 이번 기회에 열심히 해보고자 한다.




첫 학기 종강을 앞두고 한 학기 동안 수강한 소감을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각 강의에는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사이버대에 편입해서 공부하기로 한 것이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무리했고 힘이 들긴 하지만 (그리고 아직도 기말고사 대체과제물 및 시험 준비를 해야 하지만) 얻은 것들도 많았다. 역시 공부를 하려면 약간 강제성과 목적이 있어야 한다.


졸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남은 기간들도 즐겁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을까. 벌써부터 설렌다. 


p.s. 하계계절학기로 신청했던 과목은 수강취소를 했다. 하계계절학기에는 교양과목 위주로 개설되어 있는데 유사한 과목이 우리 과 전공과목으로 있으며 아마 교수님도 같기 때문이다. 강의 내용 역시 비슷할 것 같은데 이왕이면 전공과목으로 배우는 것이 더 나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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