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점심 <7>] 대만식 카페테리아 식당, 쯔주찬(自助餐)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십 가지 반찬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정확히 세보니 오늘은 31가지네요. 매일 달라지지만 보통 30가지는 넘습니다. 오른쪽에는 고기종류, 왼쪽에는 야채 종류 반찬입니다.
종류를 좀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까요. 고기반찬 쪽에는 생선종류가 많습니다. 고등어구이는 물론이고 튀김, 구이, 조림, 염장, 생선가스 등의 생선요리가 6가지 있네요. 물론 다른 고기반찬도 여러 가지입니다. 돼지고기 튀김, 화자오 향을 낸 닭고기 볶음, 닭고기 튀김, 간장 양념 닭고기, 족발, 소고기배추볶음, 마늘돼지고기볶음 등이 있고 계란 프라이, 튀긴 두부, 두부간장조림도 있네요.
채소반찬으로는 볶음 요리가 많은데 양배추, 공심채, 고구마잎, 시금치, 제철채소, 가지, 말린 두부, 샐러리, 당근계란 볶음이 보입니다. 오이무침, 삶은콩, 목이버섯무침, 컬리플라워무침이 있고 토마토계란볶음과 잡채도 있어요.
어디를 얘기하는 건지 아실까요? 대만식 카페테리아 쯔주찬(自助餐) 식당 모습입니다. 우리로 치면 글쎄요 한식 뷔페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도 한때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엔 예전만 못한 것 같네요. 대만에는 여전히 아주 흔합니다. 어느 식당 골목이건 한두 군데는 꼭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식당 이름 때문에 오해했습니다. 쯔주찬(自助餐)이 사실 뷔페라는 의미입니다. 호텔 뷔페 식당을 쯔주찬이라고도 해요. 다만 보통 무제한이란 뜻의 ‘츠다오바오(吃到飽)’가 붙어 있지요. 이런 식입니다. yahoo대만 포털에서 自助餐을 검색해 보면 ‘台北自助餐吃到飽Buffet推薦’ 이런 표현이 나오곤 합니다. 고급 뷔페식당 추천이란 의미인데 ‘自助餐吃到飽’ 이렇게 표현한 것이지요. 어휴 가격이 1인당 NTD1,000~4,000(한화 47,000원~20만원)이나 하는 비싼 곳들이네요.
오늘 제가 얘기하는 쯔주찬 식당은 먹자골목에 위치해 있고 외관이 절대 고급식당 이미지는 아니지요. 이런 곳들은 대만 직장인들 편하고 가볍게 점심 먹는 식당입니다. 대만식 카페테리아라 표현하는 게 알맞을 것 같아요.
점심 하나 먹는 건데 또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식 뷔페 유래 알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대만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형태의 식당이 생긴 건지 아는 사람 없지요. 그래서 온라인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1962년에 카페테리아 형태의 쯔주찬 식당이 처음 생겼다고 하네요. ‘무제한(吃到飽)’ 프로모션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여서 그 이후 이 용어도 안착을 했다고 하고요.
이제 좀 먹어볼까요. 반찬 코너 앞에는 종이 접시와 집게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씩 들고서 반찬 코너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먹고 싶은 것을 담지요. 저는 오늘 생선 튀김, 계란 프라이, 소고기볶음, 족발, 치킨에다가 목이버섯, 양배추볶음, 컬리플라워, 두부볶음, 잡채 등을 담았습니다. 푸짐합니다. 먹고 싶은 것은 더 많지만 접시가 부족해 참았습니다.
그 접시를 카운터에 가지고 가면 주인 아주머니가 쓱 흩어보고 ‘얼마입니다’라 얘기합니다. 거기에 밥 한공기와 국을 추가해서 계산합니다. 오늘은 NTD190, 그러니까 약 9천원 정도 나왔습니다. 저는 머 이정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회사 근처에 있는 이 쯔주찬 집은 약간 비싼 편에 속하는 식당입니다. 보통 일반 대만식 카페테리아 식당은 NTD150 정도면 해결 가능하지요.
식당마다 계산 방식이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1~2주에 한번 정도 가는 이 식당은 생선 요리 가격은 정해져 있지만 다른 반찬들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주인장이 담겨 있는 양과 반찬 종류를 눈대중으로 보고 얼마라고 얘기해 주지요. 다른 데는 아예 반찬별로 가격이 정해져 있는 곳도 있고, 반찬 3가지만 고를 수 있되 그럴 경우 얼마 이렇게 되어 있는 식당들도 있습니다.
당연히 식당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간혹 가는 이 식당은 꽤 맛깔납니다. 간이 세지도 않고 적당하고 야채들도 잘 데치고 볶아서 식감도 살아있습니다. 저렴한 식당이지만 종종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이죠. 가정식 반찬 식당이라 하지만 가정에서 이렇게 수십 가지 반찬을 하지는 않잖아요. 대만 사람들이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하지도 않고요. 대만 사람들이 그래서 쯔주찬 식당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집에서 먹지 못하는 가정식 반찬을 먹을 수 있어서요.
저는 이 식당에 오면 꼭 담는 반찬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야채 종류에서는 목이버섯 볶음과 두부볶음은 웬만하면 먹습니다. 두 식재료를 원래 좋아하기도 하지만 심심 하면서도 적당한 데친 식감이 좋고 양념도 꽤 향긋합니다. 고기 반찬에서는 마늘돼지고기볶음은 꼭 선택하곤 합니다. 고기를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마늘향이 고소한 고기기름 향에 더해져서 밥반찬으로 딱 입니다.
식사를 마치면 카페테리아 식당인 만큼 자신이 먹은 자리는 자기가 정리합니다. 잔반은 잔반통에, 반찬접시와 밥, 국 그릇은 정해진 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사실 일회용품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플라스틱이 아니라 종이라는 점에 한 표 더합니다.
이렇게 오늘도 한 끼 든든하니 점심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