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GXING Aug 25. 2024

북한에도 여행사가 있나?

[북한관광 22개 장면 중 일곱 번째] 경쟁구도 속의 북한 여행사 관계

북한에도 여행사가 있나? 있다. 그것도 많이 있다. 많다는 기준은 자의적이긴 하지만.


당연한 질문인데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어느 나라에나 여행사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북한이라서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냐는 말이다. 그렇다.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북한에도 여행사가 있다. 


외래관광객을 유치할 때, 그리고 단체관광객 중심이라면 당연히 북한 내에서 이들을 맞이할 여행사가 있어야 한다. 북한 국내관광도 이뤄지면서 그 여행사의 업무 폭도 넓어지고 있다. 


북한이 공개하거나 언론에 보도되거나, 북한 자료에 등장하는 여행사 수는 대략 28개 정도. 북한 국가관광총국 홈페이지에 공개된 여행사는 19곳이지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9곳 정도의 여행사가 더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여행사 가운데 이미 없어져서 존재하지 않는 여행사가 있을 수도 있다. 


그 28개 여행사들은 이러하다. 조선국제여행사(1953년), 조선국제청소년여행사(1985),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1988), 조오국제여유유한공사(1990), 조선국제체육여행사(1997), 고려문화관광사(1997), 금강산국제여행사(2011), 조선국제태권도여행사(2012), 만포여행사(2014), 평양고려국제여행사(2015), 조선민족유산국제여행사, 만경국제여행사(2016), 고려항공여행사(2016), 금수강산관광여행사(2017), 려명골프여행사(2017), 조선국제명산여행사(2020), 모란봉여행사(2021), 녹음정국제여행사, 원산여행사, 두만강관광사, 백두산여행사, 정방산여행사, 묘향산여행사, 삼천리여행사, 라선국제여행사, 칠보산여행사, 오가산국제관광여행사, 압록강여행사.      


북한 여행사 로고 모음


북한 여행사의 역사를 조금 살펴보자. 북한에서 조선국제여행사를 빼고는 여행사 역사를 얘기할 수 없다. 1953년에 생겼다. 한국전쟁 휴전이 7월 27일인데 그러고 나서 한 달도 안 된 8월 24일 설립됐다. 다른 나라와 견줘봐도 빠르다. 우리나라에서 조선국제여행사와 똑같지는 않지만 다소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을 한국관광공사라 한다면 공사는 1962년에 설립됐다. 중국에서 유사한 기관이라 한다면 중국국제여행사인데 1954년에 생겼다. 


조선국제여행사의 기본 업무는 ‘관광계약 체결, 관광상품 마케팅, 관광단 접객, 외국과의 관광교류’ 등이라고 설명한다. 약 180여 명의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러시아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태국어 가이드 인력이 있다. 자체 관광운송수단, 식당, 기념품점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서 제일 큰 여행사다. 


조선국제여행사의 상부조직은 국가관광총국이다. 총국과는 인적교류가 빈번하다. 이런 식이다. 조선국제여행사 사장이면서 총국 국장을 겸임하는 식이다. 사실상 한 몸인 셈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가관광총국을 확대개편할 당시 외무성 직원 70명, 조선국제여행사 출신 50여명 등을 합쳐서 만들었단다. 이러다 보니 외무성과 조선국제여행사 간에도 인적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외무성 직원 가운데에는 젊은 시절 총국이나 조선국제여행사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했던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워라밸이나 국내 근무의 메리트 등으로 인해 해외 근무 인기가 줄어들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인기가 높은데 그래서 조선국제여행사 직업은 인기가 많은 편이란다. 


조선국제여행사 1개 여행사 체제는 꽤 오래 이어졌다. 북한에서 외래관광은 필요하긴 하지만 ‘체제 위협적’인 성격이 다분하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통제하려 했기에 여행사도 국영체제 1개 여행사로 국한돼 있었다. 실질적인 업무도 사회주의국가간 외교교류의 하위단위 또는 해외동포유치 등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59년 최초 외국 관광객이 들어오긴 했지만 외래객 유치 업무에 매진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1개 여행사 체제에 변화 바람이 분 것은 80년대가 되어서다. 1985년 두 번째 여행사, 조선국제청소년여행사가 들어섰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산하 여행사로, 각국 청소년단체와의 교류 및 관광을 기본 업무 영역으로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1980년 공청단 소속의 중국청년여행사가 설립되었는데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는 모양새다. 


청소년여행사의 관리구조는 단일 형태가 아니다. 이는 북한의 모든 여행사 구조가 그러하다. 즉 관광산업분야에서는 국가관광총국의 통제를 받는다. 상품가격 등은 총국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인사권 등은 각 여행사의 상부구조조직이 행사한다. 청소년여행사의 경우 청년동맹의 지도를 받는다. 수입 또한 국가관광총국이나 내각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아니다. 상부조직의 운영 예산으로 활용된다. 일종의 독립채산제인 셈이다. 


이후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나 조오국제여유유한공사가 생기긴 하지만 이들 여행사는 일본이나 홍콩 등의 관계 속에서 나온 ‘예외적인’ 여행사라 할 수 있고 사실상 세 번째 여행사는 1997년 설립된 조선국제체육여행사다. 이 여행사의 설립연도를 1994년이라 설명하는 자료도 있으나 북한 총국 홈페이지에서는 1997년이라고 명기해 놓고 있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산하 여행사로 외래관광객 유치 권한을 확보한 여행사다. 체육여행사는 규모면에서 조선국제여행사, 청소년여행사와 함께 3대 여행사로 칭해질 수 있다. 다른 여행사와 마찬가지로 자체 가이드들이 있으며 관광운송수단, 식당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북한의 여행사 수 변화는 중국의 변화와 흡사하다. 중국의 첫 번째 여행사는 샤먼화교서비스회사인데 이는 1949년 11월 설립됐고 이는 중국 3대 여행사인 중국여행사의 전신이다. 1974년부터 중국여행사란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전세계 화교들의 친척방문이나 국내 참관 등과 관련한 편의제공을 주업무로 해서 태동했다. 그 상부조직은 국무원화교판공실이고.


조선국제여행사와 유사한 기구인 중국국제여행사는 앞서 밝힌 대로 1954년에 생겼고 이는 저우언라이 총리의 지시로 설립됐다. 중국국제여행사의 상부조직은 중국국가여유국이다. 이렇게 두 여행사 중심으로 중국의 80년 이전 외래관광객 유치가 이뤄져 왔다. 


그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1980년이다. 중국청년여행사가 이때 설립된다. 대만, 홍콩, 마카오의 화교청년 등 세계청년시장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했다. 이 여행사가 관심을 받는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1978년 중국 개혁개방과 맞물려 설립됐다는 점 때문이다. 하여간 중국의 외래객 유치시장은 이렇게 중국국제여행사, 중국여행사, 중국청년여행사 3대 여행사 과점 경쟁체제로 개편된다. 


3대 여행사 독과점 체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84년부터 외래관광을 취급하는 여행사가 만개하기 시작했다. 중국국가여유국은 이 시점부터 외련권(외국인관광객 유치권한)과 비자통지권한을 성급정부에 부여했고 이로써 많은 기업들이 국제관광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3년만인 1987년 외래객 유치 권한을 갖고 있는 여행사는 17개로 늘어난다. 1984년 3개에서 6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후 1990년에는 68개, 1995년에는 360개로 급속히 증가했다. 


이러한 중국의 외래객 유치 구조에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여행사 수가 증가하면서 당초 여행사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외래객도 유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3대 여행사 체제 초기 기간에는 각 여행사가 비교적 당초 설립 목적에 맞는 외래객을 유치했다. 즉 중국국제여행사는 순수 외래객, 중국여행사는 화교, 청년여행사는 청년단체 중심으로 초창기에는 모객을 했지만 경쟁이 격화하면서 그러한 ‘신사협정’은 깨졌다. 모객 할 수 있다면, 먼저 하면 장땡이 됐다. 


얘기가 옆으로 샜다. 다시 북한 여행사로 돌아가자. 북한판 3대 여행사 체제도 꽤 오래 지속됐다. 1997년 문화성 산하 고려문화관광사가 들어섰지만 사실상 3대 여행사 체제는 2000년대까지 이어졌다. 북한의 외래객 유치 규모가 증가한 것도 아니고 외래관광에 대한 시선이 변화하지도 않았기에 당연한 결과다.


그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0년대 들어서서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를 2010년부터 시작하면서 북한 외래관광 규모가 이전 대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남북관광이 2008년 중단되면서 금강산관광지구의 국제관광지구화를 도모하며 새로운 여행사 탄생이 이뤄졌다. 


관광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점도 여행사수가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관광객 유치를 더 많이 하려 했고, 관광이 경제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 눈을 떴다.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을 선언했고 각종 경제특구 경제개발구의 주요 테마로 관광을 포함했다. 또한 틈새시장을 노리는 관광객 유치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소위 특수목적관광(SIT)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금강산국제여행사가 2011년, 조선국제태권도여행사는 2012년, 만포여행사는 2014년, 평양고려국제여행사와 조선민족유산국제여행사는 2015년, 만경국제여행사와 고려항공여행사는 2016년, 금수강산관광여행사와 려명골프여행사가 2017년 생겨났다. 


북한내 각 기관별 독립채산제 형태는 여행사 설립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기관 운영 예산이 부족하면서 각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했는데 여행사 운영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운영자금 확보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북한 각 기관들이 무역회사를 두는 이유와 유사하다. 


북한판 3대 여행사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여행사가 경쟁구조도 치열해지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외래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외 송객여행사를 통한 외래객 모집이 중요하다. 견실한 송객여행사를 잡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다만 이전 3대 여행사 체제에서는 북한의 각 여행사별 파트너 해외 여행사는 명확하다. 지금도 명목상으로는 변화가 없다. 다만 2010년대 들어서며 여행사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북한의 A여행사의 파트너 해외 여행사에 북한의 B 여행사가 접근해서 가격을 낮춰 줄 테니 자신들과 거래할 것을 요청하는 그런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북한 여행사 체제에서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북한 국내관광이 이뤄지면서 여행사 업무에 국내관광 사항도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여행사는 평양고려국제여행사다. 이 여행사는 강원도 마식령스키장 상품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평양에서 마식령스키장까지의 운송 수단을 운영하며 국내 관광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쎄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흥미롭지 않은가. 북한의 변화가 여행산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는 양태다. 북한도 이렇게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여행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아마 각 여행사의 출범 당시의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여행객 모객도 이뤄질 것이다. 중국도 그러한 모습을 90년대 이미 보인 바 있다. 많이 유치하면 그만인 것이다. 


최근 북한도 올해말부터 본격 외래객 유치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첫 여정은 조선국제여행사가 맡을 테지만 그 이후 관광객 유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이전 06화 북한관광홍보 메인 사이트 둘러보기! 단촐? 심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