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소한 일상] 한겨울에 맞이하는 한여름
대만도 ‘한’겨울입니다. 물론 한국의 엄동설한 겨울만큼의 매서운 추위는 아닙니다. 그래도 따듯한 날씨가 이제 익숙하다보니 대만의 겨울도 겨울이라 느껴집니다.
달릴 준비를 하고 새벽 5시 반에서 6시쯤 밖에 나가면 10도 정도 됩니다. 10도면 달리기 딱 좋은 날씨 아니냐고요? 글쎄요. 물론 더운 한여름보다는 좋은 조건인 건 맞는데 그렇다고 딱 좋은 기온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좀 쌀쌀해요.
춥다는 표현은 과하지만 쌀쌀한 건 맞습니다. 게다가 바람도 불고 이슬비라도 흩뿌린다면 쌀쌀한 느낌을 넘어 춥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물론 러닝 복장이 긴팔 긴바지라면 문제없겠지만 저는 대만의 한겨울에도 달리기 복장은 짧은 반바지에 반팔입니다. 대만 겨울철에 달리다보면 봄여름가을겨울을 모두 맞이하니 반팔 반바지가 제격이더라고요.
알싸한 쌀쌀함을 잊을 요량으로, 그리고 부상 방지를 위해 예열 차원에서 준비운동을 시작합니다.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 하는 것 같네요. 어떤 준비운동이 좋은지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도 찾아봤습니다.
사실 지난 1년 반 정도는 그냥 알아서 간단한 준비운동만 했습니다. 그러다 대략 반년 전부터 하복부에 약한 통증이 느껴져서 준비운동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통증이 아니라 달릴 때 다리와 배 관절 부근 하복부에 느껴지는 뻑적지근한 느낌인지라 아무래도 준비운동이 부족해서 생겼나 싶어서요. 소소한 통증이 계속 있긴 합니다만 달리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애매하네요.
출발할 때는 언제든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추위라면 밖에 나갈까 아니면 그냥 실내에서 러닝머신에서 뛸까 하고요. 지난 주말에는 나갔습니다. 한동안 계속 실내에서 뛰다 보니 바깥의 풍광을 보며 바람의 감촉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그때가 바람이 다소 부는 10도였기에 체감은 좀 더 낮았을 터입니다. 쌀쌀했죠.
2k 정도까지는 쌀쌀한 느낌이 남아 있습니다. 쌀쌀함이 선선함으로 넘어서는 것은 2k를 지나는 순간부터인 것 같습니다. 보통 강변을 달리는데 강변의 바람도 이때부터는 차가운 감촉이 아닙니다. 서늘하긴 하지만 기분 좋은 서늘함입니다. 겨울에서 가을로 넘어서는 순간이지요.
지난 주말에는 운 좋게 한동네에 사시는 다른 분을 우연찮게 만났습니다. 조깅을 좋아하는 분인데 무릎이 안 좋아서 한동안 뛰지 않았다 네요. 제가 뛰는 모습에, 산책 나오셨다가 2k 정도 함께 뛰었습니다.
어휴 이 분 속도감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빨리 뛰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보통 1km를 6분에서 6분 30초 정도 속도로 뛰는데 이분은 그 이상입니다. 5분 21초로 나옵니다. 속도를 맞추어 뛰다 보니 오랜만에 평소보다 다소 빨리 뛰었습니다.
이분은 2k까지만 뛰었습니다. 저는 계속 뛰어 나갔고요. 이제 본격 강변 모습이 나옵니다. 몸이 가열되다 보니 서서히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5k를 넘어서면 이제 봄기운이 찾아옵니다. 바람도 따듯하게 느껴집니다. 구름에 가려졌던 햇살도 오랜만에 비추니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4~5k 지점 강변가에 놓여 있던 대형 곰돌이 장식은 이제 철거했네요, 지난 가을 11월경 설치해 놓았는데 사람들이 소소하게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함께 조성했던 꽃밭의 꽃들도 이제는 많이 시들었네요. 아래 사진은 11월 달의 모습입니다.
5k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에는 서서히 여름이 찾아옵니다. 6~7k를 넘어서면 땀이 송송이 맺히고 옷도 땀에 젖기 시작합니다. 덥습니다. 햇살까지 강하게 내리쬔다면 한겨울에 맞이하는 한여름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집에 돌아오면 10k가 됩니다. 1시간 안에 쌀쌀하고 선선하고 따듯하고 더운 사계절을 모두 체험하곤 합니다. 그래서 대만 겨울은 매력적입니다. 이번 겨울 이 매력을 한껏 누려 보겠습니다. 가는 계절이 아까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