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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화 이경희 Apr 12. 2021

10년 후

스마트한 시대를 살아가는 골드에이지 에피소드

오늘은 2031년 4월 5일, 봄꽃이 화사하고 나무는 신록으로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서울에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실행되어 한동안 그렇게 문제가 되었던 미세먼지도 걷히고 맑은 하늘에 봄바람이 부드럽다. 1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대역병의 기억은 서서히 옅어졌다.

외출을 위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에 올랐다. 그동안 공유택시를 많이 활용했으나 낯설고 두려운 마음을 내려놓고 전기차를 구입했더니 예상 외로 편리하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전후좌우 장애물을 사람보다 정확하게 감지하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안전운행을 한다. 차 안에서 편안하게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며 목적지로 이동한다.

오늘 가는 곳은 친한 친구가 살고 있는 교외의 시니어타운이다. 그곳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함께 고전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녀는 현역 피아니스트라 커뮤티니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살롱콘서트를 열고 연말에는 음악을 전공한 자녀손들과 기부를 위한 작은음악회를 개최한다.

같은 동에 사는 동창 중에는 그림을 그리며 소일을 하는 친구도 있다. 그녀는 원래 교사였으나 퇴직 후 예순이 넘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벌써 개인전을 여러 번 했다. 요즘에는 디지털아트에 몰입하여 태블릿 PC를 가지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그림을 그리고 온오프라인에서 전시, 판매를 하고 있다. 취향이 비슷하고 호흡이 잘 맞는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영상콘서트나 영화를 보고, 식사와 산책을 한다.

나는 건강이 양호한 편이라 도우미 로봇을 두고 10년 전과 똑같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화가 친구는 무릎 관절 수술 후에 다리가 불편해서 본인에게 맞는 웨어러블 인공지능 수트를 속옷처럼 입고 다닌다. 그 옷을 입고 다리에 힘이 생겨서 젊은이처럼 힘차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스마트한 복지와 신약 개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노인의 비율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남은 생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건강할 때 웰빙과 웰다잉을 통합한 라이프디자인을 하자고 제안했다.

오늘은 각자의 사진과 글로 영상 자서전과 책을 만들고 합동 출판기념회와 함께 생전 장례식을 실천하자고 뜻을 모으고, 소중한 것들이 유품이 되기 전에 기꺼이 창고를 열자고 했다. 스스로 정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한꺼번에 버려질 수 밖에 없기에 자발적인 협조를 받아 나눔장터를 열고, 수익금으로는 자원봉사 하는 대학생들과 한부모가정의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젊은이들의 일자리와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나는 지난 10년 간 어떻게 노년을 의미 있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고심하면서 평생학습을 했고 라이프코치, 4차산업혁명 강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으며, 꾸준히 글 쓰는 습관을 길렀다.

무엇보다 마음챙김을 통해 내 안의 나와 화해하고, 10살 적은 나와 10살 많은 내가 현재의 나를 지지 격려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평화로운 봄날이다.


* 사진 출처: 네이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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